언론의 자유는 인류가 쟁취한 가장 소중한 업적의 하나다.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흘리고 얻은 이 자유는 연방 수정헌법이 제일 앞자리에 놓아 보호할 정도로 높은 대접을 받고 있다. “신문이 없는 정부보다는 정부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토마스 제퍼슨의 말은 너무 많이 인용돼 식상할 정도다.
그처럼 소중한 언론의 자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행사하는데 제한이 따른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가령 만원사례인 극장 안에서 거짓말로 ‘불이야’를 외칠 수 있는 자유가 있느냐 하는가가 그 예로 자주 등장한다. 언론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가 더 우려되기 때문에 그 같은 행동은 법적으로 금지된다.
예술과 창작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예술가들에게 물어보면 창작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간의 합의가 있더라도 공연 예술이란 이름으로 무대에서 여성을 잔인하게 고문하는 행위를 사회가 허용해야 하느냐는 한번 토론해 볼 문제다.
‘집권하면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겠다’는 정당의 집회를 좌시해야 할지 해체해야 할지, 인종 청소를 공공연히 주장하는 언론인의 입을 막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등등은 한가한 얘기가 아니다. 나치는 이를 허용한 바이마르 공화국의 느슨한 분위기를 틈타 합법적으로 집권했다.
언론의 자유와 연관돼 있으면서도 좀 다른 문제가 언론인의 사명에 관한 것이다. 지금 오사마 빈 라덴이 어디 있는지 알아낸 기자는 세기의 특종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 그는 CIA에 신고를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단독 인터뷰를 주선해야 할 것인가.
미 언론의 시청률 경쟁은 상상의 도를 넘는다. O.J. 심슨에서 유나바머인 테드 카진스키, 오클라호마 테러의 주범 맥베이에 이르기까지 일단 유명 인사가 되면 죄질에 관계없이, 아니 오히려 죄질이 나쁠수록 ‘한번 만나만 달라’며 유명 언론인들이 줄을 지어 간청한다.
지금 미 언론계는 CNN이 빈 라덴과의 서면 인터뷰를 추진한 일로 논란에 휩싸여 있다. 수천 명을 살해한 테러범과 인터뷰를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가 아닌가. 빈 라덴이 미국과 이번 테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 TV 레이팅을 높이기 위해 빈 라덴의 한마디를 구걸하는 언론의 모습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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