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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세철 논설실장>
미국과 월맹이 휴전협상을 갖기로 했다. 회담 장소는 프랑스 파리. 월맹측은 대표단 파견에 앞서 미 대표단이 호텔 예약기간을 얼마나 잡았는지 은밀히 탐지했다.
미국이 수개월 장기예약을 한 것을 알아내고 월맹측은 아예 집을 샀다. 미국의 타임 테이블을 짐작하고는 수를 쓴 것이다. 협상이 수년, 아니 수십년이 걸려도 좋다는 식의 배짱을 부린 것.
회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시간에 쫓긴 측에게 불리하게 됐음은 물론이다.
월남전 일화로, 전쟁과 관련해 한가지 중요 포인트를 말해준다. 전쟁을 결정짓는 우선의 요소는 군사력이지만 그에 못지 않은 게 끈기라는 사실이다. 얼마나 참고 기다릴 수 있는가. 국민의 의지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패스트푸드 시대다, 인터넷 시대다’-. 요즘 미국과 관련해 자주 나오는 이야기다. 이게 의미하는 건 뭘까. 뭐든지 빨리 결과가 나와야 직성이 풀리는 미국민이라는 것이다.
이 같이 ‘인스턴트’의 멘탈리티에 젖어 있는 미국이 전쟁에 돌입케 됐다. 테러전쟁이다. 미국인들은 그러면 얼마나 끈기를 보여줄까.
"역사를 통해 보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민은 성조기 아래 집결하면서 대통령에게 굳건한 지지를 보낸다. 이 같은 국민적 단합은 그러나 대체로 6개월을 넘기지 못한다." 한 역사학자의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위기발생 6개월이 넘으면서 미국민은 상당히 힘든 질문을 퍼붓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지난 79년 이란 미대사관 인질사태가 발생하자 미국민은 카터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쳤다. 사태 발생 4개월이 됐을 때, 카터는 인질구조 특수작전을 승인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그러자 카터는 스스로 혼돈에 빠져들고 미국민은 그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미국민이 인내를 보이는 시기, 그 6개월 동안 대통령이 어떤 리더십을 보이느냐에 따라 미국민의 전쟁의지의 향방도 결정된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지적이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바로 이 점에서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다.
이 패턴이 맞는다고 가정하면 부시 대통령에게는 아직 시간은 넉넉한 셈이다. 테러참사가 발생한 게 한달 반전이고 미국이 보복공격에 들어간지 4주 째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부시는 그러면 제2의 루즈벨트가 될까, 아니면 제2의 카터가 될까. 어떤 리더십을 보이느냐에 달렸다. 앞으로 2∼3개월이 고비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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