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가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였다. 한 독자가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테러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스라엘이 넓은 미국으로부터 땅 조각을 받고 중동을 떠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최근 미 국방부는 일반 국민들로부터 테러와의 전쟁에 좋은 아이디어를 구하는 일종의 1페이지 에세이 공모전을 제안했다. 어떻게 보면 일반인의 독창성을 높이 평가하는 미국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방부의 최고두뇌들도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채 허우적 대고 있느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
부시 행정부가 어떤 전략아래 10월7일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개시했는지는 소수의 고위관리들만이 알 수 있는 문제지만 지난 1개월간 언론에 흘러나온 내용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미국이 전후 구도는 물론 전략 자체가 있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부시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지구상에서 테러리즘이 제거될 때까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한다는 전쟁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테러제거란 세상에서 죄악을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부시 대통령은 또 상황에 따라 연립구성이 바뀔 것이라는 전략을 내세웠다. 다시 말해 아프간전의 우방이 다음 단계에서 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야 연립구성을 마음대로 변경시킬 수 있으면 좋겠지만 미국의 의도에 회의적인 이슬람권 국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오늘날의 아프가니스탄은 제1차대전 직전의 발칸 지역만큼 지뢰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여러 차례 이라크의 테러 연계설을 제시, 아프간전을 이라크로 확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분쟁을 놓고 10월중 여러 차례의 교전이 있었다.
오랫동안 파키스탄이 카슈미르 테러리스트들의 지원국이라고 주장해온 인도는 인도령 카슈미르의 최고지도자가 파키스탄에 전쟁을 요구했듯이 테러전을 파키스탄으로 확전하고 싶어서 안달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10월 장관이 암살된 사건을 9·11테러와 같은 수위의 테러로 주장해 중동사태는 하루가 지날수록 악화되고 있다.
물론 미국이 현재 직면한 어려움은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를 비롯한 테러조직들이 범죄단체이지 전형적인 국가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적을 정의하기 전에 전쟁을 선포, 목표나 전략도 없이 아무도 예견할 수 없는 미래로 돌진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이 아니라면 부시 행정부는 언론과 국민에 보다 명확하게 진상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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