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 장래준 <취재부 차장대우>
백혈병에 걸린 생후 26개월된 세라(한국명 최선화)양을 살리기 위한 채혈 행사를 취재하면서 많은 한인들을 만나고 있다.
"예쁜 아기가 어쩌다 이런 몹쓸 병에 걸렸는지 몰라요. 부모를 비롯해 가족들의 심정은 오죽하겠어요", "어린 아기가 무슨 죄가 있어서…. 정말 딱하네요"에서부터 "한인사회 전체가 나서야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지요" 등등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분위기이거나 뭐든지 도울 수 없겠냐는 자세다.
하지만 막상 세라양의 백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골수이식 수술이 필요하고 유전자가 맞는 골수기증자를 찾기 위해 피검사를 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으면 반응이 두 가지로 나뉜다. "저는 피가 좋지 않아서…", "빈혈이 있는데요", "지금은 바빠서요", "저는 주사 맞는걸 워낙 무서워해서…" 등등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행사 진행자들이 "일반 질병이 있거나 혈액형이 틀려도 관계없고 10cc정도의 혈액만 채취하면 된다"고 설명하면 궁색한 핑계를 찾다가 뒷걸음친다.
하지만 지난 주말 3일간의 채혈 행사에 참가한 300명 가까운 한인들 대부분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골수를 기증한 후 넉넉잡아 4주 정도면 스스로 부족한 골수를 보충해 이전과 같은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간다"는 설명을 굳이 요구하지도 않았다. 이들은 골수이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있기보다는 어린 생명을 구하는데 동참한다는 고귀한 정신을 행동으로 실천한 것이다.
가족과 함께 채혈 행사장을 찾아온 장일(46·플러싱 거주)씨는 "백혈병에 걸린 큰딸이 남동생의 골수를 이식 받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며 "세라양 소식을 듣고 남의 일 같지 않아 찾아왔다"며 부부가 피검사에 참가했다.
장씨의 말처럼 세라양 살리기 행사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백인이나 흑인들 속에서는 유전자가 같은 피를 찾을 수 없어서 동포들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월드트레이드센터 테러 이후 헌혈자가 폭증해 결국 보관 기간이 지난 많은 혈액이 폐기될 수밖에 없었다는 소식에 미국인들의 ‘넘치는 애국심’과 한인들의 ‘부족한 동포애’를 비교해 본 것은 기자의 좁은 소견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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