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뜻밖의 것을 좋아한다. 워싱턴의 ‘벌룬 부케’ 운전사들도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배달하는 일을 가장 재미있어 했다. 특히 밸런타인스 데이 무렵, 컴컴한 사무실에 풍선을 가지고 들어가면 모든 사람들이 짓는 ‘혹시 내 것인가?’ 싶어하는 표정들을 즐겼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그렇지가 못하다. 즐거움을 배달하는 그들에게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그들이야말로 수상한 소포를 가지고 하얀 밴에서 튀어 나오는 낯선 사람이라는 ‘요주의인물’의 프로필에 딱 부합하기 때문이다.
"미리 전화해서 ‘뜻밖의 선물을 배달하려고 하는데요’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는 이 회사 배달원 브라이언 우들랜드의 옆에서 그의 상사인 빅터 힉스는 "어떤 사람은 그렇게 말해도 ‘뭔지 말해주지 않으면 내려가지 않을래요’라고 한다"고 한술 더 뜬다.
대다수의 노동력이 경비원 부스와 금속 탐지기 뒤에 자리잡고 있는 워싱턴은 꽃이나 풍선, 기타 다른 사람의 정표를 배달하는 사람에게는 큐피드의 지옥이다. 군부대 앞에서는 밴의 수색이 끝날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연방정부 청사에서는 경비실 앞에서 기다려야 한다. 의사당에서는 주차할 자리 조차 찾을 수 없다.
밸런타인스 데이가 가까워 오면서 이들도 열심히 수를 내보려 하고 있지만 일년 중 가장 바쁜 이 날, 배달을 못해서 놓칠 주문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의사당, 연방준비은행이나 군부대에는 아예 배달할 수 없다고 미리 말한다"고 샌디스 플라워스 주인 샌디 채마는 말한다.
9월 11일의 테러 공격과 탄저 우편물 공포로 인한 워싱턴 전역의 보안 강화로 인한 변화를 배달원만큼 뼛속깊이 느끼는 사람들도 없다. 월터 리드 육군병원이나 벨보아 기지, 국립보건 연구원등도 다 그렇지만 특히 연방의사당이 제일 심하다.
"과거에는 경비실을 그냥 통과해서 안으로 안으로 긴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됐지만 지금은 한블럭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 놓고도 배달을 받을 사람이 제발 경비실 앞까지 나와 주기를 바라야 한다. 만일 받을 사람이 없으면 경비원실에 놓고 올 수도 없기 때문에 다른 곳의 배달을 끝내고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프렌드쉽 플라워샵 주인 제프 앱도우는 말한다.
연방의사당 경찰 대변인 댄 니콜스 루테넌트는 UPS나 페덱스로 오는 초컬릿까지 경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두 회사를 통해 배달되는 소포들은 배달 전에 특수 시설에서 검사를 거치느라 3일쯤 지체되기도 한다. 니콜스는 어떤 검사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만일 연방 우정국에서 사용되는 포자를 죽이는 전자빔 같은 것이라면 너무 뜨거워 CD 정도는 망가질 수 있다. 그래서 벌룬 부케 배달원들은 경비원들이 편안하도록 선물 바구니 포장을 불투명한 은박지 대신 투명한 셀로판지로 바꿨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길이 있는 법. 일부 꽃집 주인들과 배달 회사들은 배달원들에게 셀폰을 줘서 배달전에 미리 연락할 수 있게 하고 의사당 사무실로 배달할 수 없을 경우에 대비해서 집 주소도 알아 놓는다. 의사당 직원중 일부는 선물은 직접 배달하고 카드는 팩스나 e 메일로 대신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