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는 산모가 미국에 와서 아기를 낳는 ‘원정출산’이 붐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서울 강남에서는 원정출산을 알선하는 전문여행사까지 생겨 성업중이라는 것이다. LA에서는 이들을 전문으로 받는 산부인과, 산후조리원, 하숙집이 또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소식이다.
출산 한달 전부터 산후 4주까지 미국에 원정출산하는데 드는 비용은 줄잡아 1만~1만5천달러정도. 여기에 개인 잡비까지 합치면 2만달러가 훨씬 더 든다고 한다.
원정출산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알게 모르게 뷰유층에서는 오래 전부터 있어온 일이다. 최근 중산층에까지 원정출산이 확산되고 있다고 새삼 그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앞으로 태어날 제 아기가 한국에서 과외열풍에 시달리며 아둥바둥 살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 일류대학을 나온다고 잘 산다는 보장도 없구요. 아이들만들은 스트레스 적은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어요"
지난해말 LA에서 아기를 낳고 한국으로 돌아간 젊은 주부 김모씨(31)가 설명하는 원정출산 이유는 차라리 절규에 가깝다.
한마디로 자식들만은 좋은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산다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니겠지만 한국보다는 훨씬 사회적 굴레가 적고 기회가 공평하게 보장되지 않느냐는 생각인 것이다.
따라서 나중에 미국으로 보낼 길을 찾느라 고생하느니 아예 낳을 때 미국에 가서 낳아 자동으로 시민권을 확보해준다는 계획인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까지 내몰고 있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한국사회에 대한 절망감일 것이다.
그 절망감에는 정치, 경제, 사회 등 사회 전반의 여러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기자는 그 중에서도 ‘교육의 붕괴’가 원정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한다.
지금 한국의 교육은 교육자 및 교육행정공무원의 자질부족, 교육 제도와 정책의 부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의 상실 등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다.
옛날부터 한국에서는 교육이 신분상승, 즉 출세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래서 부모들은 막일로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자식들만은 어떻게 하든 교육을 시켰다. 아이들도 그것이 전부인 줄 알고 죽어라 공부했다. 그 땐 실제로 공부만 잘하면 일류고, 일류대를 갈 수 있었고, 그것은 성공의 길로 가는 보증수표였다.
그렇게 공부해서 자란 아이들이 이제 한국사회를 이끌어 가는 기성세대가 됐다. 그들은 배웠으므로 출세지향적으로 살아온 자신의 삶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게다가 이제는 자식들을 죽어라 공부시켜 일류대를 나오게 해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그래서 찾은 돌파구가 조기 해외유학이고, 원정출산이다. 단언컨대, 돈이 없고 길을 몰라 못하지, 여건이 되는 데도 그렇게 안 할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들에겐 강요된 애국심보다 사랑하는 자식들의 장래가 더 중요하다.
어떻게 풀어야할지 길이 모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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