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가장 장엄하고 아름다운 대협곡, 그랜드캐년의 대중관광이 시작된지 어언 두 세기째 접어들었다. 그런데, 요즘 그랜드캐년과 해마다 결사적으로 이곳으로 몰려드는 500여만명의 관광객들 사이에는 미묘한 주름살이 번지고 있다.
그 주름살이란 1,700여만달러가 투자된 ‘캐년뷰 정보 플라자/교통센터’의 일부를 차지하는 기차 정거장이다. 궤도도 없고 기차도 없는 이 정거장은 현재, 계획상으로만 논의되고 있는 그랜드캐년 경전철 시스템의 마지막 정거장이다.
이 정거장 건설의 이면에는 ‘마차가 말을 끄는’ 뉴웨스트 특유의 스토리가 깔려 있다. 또한 여기에는 그랜드캐년의 대중 교통수단 도입을 옹호하는 민주당쪽과 이를 저지하려는 공화당 사이의 정치적 자존심 싸움이 계제되어 있다.
그랜드캐년 관광코스 중 백미로 꼽히는 마더 포인트 전망대의 경우, 겨우 65대가 정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차지하기 위해 하루 수천대의 차량들이 피 튀기는 전쟁을 벌인다.
이곳의 여성 공원관리요원 로리 헤지패스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백화점 매장을 연상하면 된다’고 말한다. 오죽하면 헤지패스의 소원이 ‘그랜드캐년을 찾는 관광객들이 주차 문제로 싸우지 않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됐을까.
90년대 그랜드캐년에 대중교통 시스템 도입을 추진해 왔던 공원관리국 기획가들도 좌절하기는 마찬가지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내무장관 브루스 바빗이 주도한 경전철 시스템 프로젝트는 2000년 11월, 안건상정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3명의 공화당 하원의원들에 의해 보류 처분되었다.
그랜드캐년의 경전철 시스템 도입 논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곳의 대중관광이 시작되기 한 세기 이전의 역사를 되돌아봐야 한다.
그랜드캐년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디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1903년 그랜드캐년 남부 외곽 포인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랜드캐년의 장엄한 자연미와 정적을 손상시키는 어떠한 인공 건축물도 세워서는 안 된다"라고 선포했다. 하지만, 불과 2년 후 루즈벨트의 선언이 있었던 바로 그 자리에 호텔이 들어섰다.
그로부터 약 한 세기가 흐른 1999년. 그랜드캐년 관광안내 책자 ‘프로머스의 국립공원 가족여행’은 "오늘날, 관광객 폭증으로 인해 그랜드캐년 관광체험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개탄한다.
약 100년 동안, 일반인들의 눈에 비친 그랜드캐년의 이미지는 접근 불가능한 ‘최후의 프론티어’에서 상류층들만 즐길 수 있는 최고급 휴양지로, 그리고 주차 전쟁터로 변한 국립공원의 대명사로 변화되었다.
조셉 알스턴 그랜드캐년 공원관리국장은 "오늘날 그랜드캐년 관광은 주차전쟁의 인질이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상의 해결책은 경전철 시스템 도입이라는 알스턴의 믿음과는 달리, 그랜드캐년 관광의 인질화는 클린턴 행정부 말기로 접어들면서 해결불능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약 2억달러를 투자하여 그랜드캐년에 경전철 시스템을 건설하려던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그것은 오랫동안 주차문제로 기진맥진한 공원관리국이 10년 넘게 추진해 온 야심 찬 프로젝트였다. 이 과정에서 공원관리국은 사업 추진에 탄력을 가할 목적으로, 하원에서 경전철 의제가 상정되기도 전에 ‘그랜드캐년 방문자센터 겸 경전철 정거장’을 조기 착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방문자센터 겸 경전철 정거장은 2000년 10월, 문을 열었다. 그러나 준공 한달만에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정권이 민주당에서 공화당 쪽으로 넘어갔다. 선거 직후 이곳을 찾은 3명의 공화당 하원위원들은 경전철 프로젝트가 재정적, 효율성 측면에서 실효가 의문시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현행 차량 한대 입장료가 20달러인데 비해, 일인당 승차료가 11달러나 되는 경전철 시스템은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지나치게 큰 부담을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최근 수년간 여름철 성수기 때 그랜드캐년을 찾는 관광객 숫자가 정체, 또는 감소추세인 상황에서 굳이 값비싼 경전철 시스템 도입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공원관리국은 여름철 성수기의 방문객 감소는 90년대 주차전쟁에 시달린 관광객들이 그랜드캐년을 의도적으로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공원관리국은 그 증거로서 가을부터 봄철까지는 방문객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여하튼 공원관리국은 하원 소위원회 요청에 따라 다섯 가지 가능한 해결책을 작성, 지난 7월 워싱턴 예산관리국으로 송부했다.
그랜드캐년 관광역사를 보면 재미난 일들도 많다.
특히, 2차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그랜드캐년은 상류층과 일부 지식인들이나 찾던 성지순례 코스와도 같았다. 그중 일부는 그랜드캐년 관광이 자신의 인간성 함양에 크게 기여했다는 요지의 기행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제이비 프리스트리라는 영국작가는 1930년대 그랜드캐년을 방문한 후 발표한 글에서 "모름지기 미국 사람들은 그랜드캐년이 존재하는 땅에 사는 국민답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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