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이란 악령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지막 훈련을 거를 수도 없다. 한-일 월드컵 32개 출전팀이 부상공포에 떨고 있다. 바늘구멍 경쟁을 뚫고 23용사 로스터에 들었다가 불의의 부상으로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지도 모를 월드컵을 뒤로 해야 하는 선수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20일 현재 불운남 넘버원은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주전 미드필더 오사 셀라미. 그는 18일 일본에서 적응훈련중 동료에게 발등이 찍혀 새끼발가락이 뭉개지는 중상을 입는 바람에 월드컵의 땅을 밟았다가 한 경기도 치러보지 못하고 귀국하는 1호 선수가 됐다.
지난 12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미국대표팀에서 탈락된 수비형 미드필더 크리스 아머스는 큰 대회를 앞두고 고사라도 지내야 할 판. 그는 2000년 시드니월드컵때도 23세이상 와이드카드로 US유니폼을 입었으나 훈련도중 부상때문에 시드니행 티켓을 반납해야 했다.
그렉 배니는 아머스 못지않게 꼬인 케이스. 아머스 대신 16일 자메이카전때 긴급 호출된 그는 한국행 굳히기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었으나 도가 지나쳤는지 오른쪽 무릎이 삐끗, 손에 넣은 행운의 티켓을 도로 날려버렸다.
이밖에 폴란드 주전 미드필더 바르토스 카르반은 지역예선때 믿음직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해내며 2골을 기록, 16년만의 본선복귀를 이끌었으나 부상악령에 홀려 배우가 아닌 관객으로 이번 월드컵을 때우게 생겼다.
스페인의 수문장 호세 산티아고 카니사레스는 실로 어이없게 마지막 티켓을 놓치고 가슴을 치고 있다. 월드스타 수비사레타의 그늘에 가려 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 골문 근처에 얼씬조차 할 수 없었던 그는 대선배 은퇴로 서른을 넘긴 이번에야 기회를 잡았으나 경기장도 훈련장도 아닌 집에서 깜박 실수로 화장품 병을 깨뜨리면서 발을 베이는 바람에 23인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전차군단 영광재현을 위해 안감힘을 쏟고 있는 독일은 지난달 센터백 노보트니가 쓰러진 데 이어 19일 오스트리아와의 평가전에서 미드필더 세바스찬 다이슬러가 무릎 인대 고장으로 극동행을 단념해야 하는 등 부상 노이로제에 걸려있고 ‘축구계의 작은 거인’ 벨기에는 10대 중반에 귀화시켜 금이야 옥이야 키워온 흑인 스트라이커 에밀 음펜자가 하필 이번 대회를 앞두고 부상으로 몸져누워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일본의 떠오르는 별 나카무라 슌스케는 부상도 아니고 뚜렷이 잘못한 것도 없지만 팀의 슬럼프로 피해를 본 케이스. 필립 트루시에 감독은 승승장구하던 일본이 최근 레알 마드리드와 노르웨이에 연패를 당하자 경륜있는 팀내 리더가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슌스케를 외면하고 30대중반 노장 나카야마 마사시를 기용키로 했다.
포르투갈 축구의 핵 루이스 피구는 UEFA 챔피언스리그 막판에 당한 발목 부상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해 오는 25일 중국과의 최종 평가전에 나서지 못할 형편이고 잉글랜드의 플레이메이커 데이빗 베컴 역시 챔피언스리그때의 부상으로 21일 한국전을 거른 것은 물론 6월2일 스웨덴과의 월드컵 첫판 출장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르헨티나가 마라도나 이후 최대어라고 치켜세운 19세 스트라이커 하비에르 사비올라는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에르난 크레스포·클라우디오 로페스 등 기라성같은 선배들에 가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신고식을 치러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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