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정태수 특파원>어느 한편도 물러설 수 없는, 그러나 결국 어느 한편은 물러설 수밖에 없는, 하다 못해 무승부라도 두 편 모두 똑같은 느낌일 수 없는 한국과 미국의 한판승부는 끝났다. 그러나 연극이 끝난 것은 아니다. 조별리그 3막중 두번째 막이 내려진 것뿐이다.
마지막 3차전 상대는 포르투갈. 비록 첫판에서 미국에 2대3으로 덜미가 잡혀 스타일이 잔뜩 구겨졌지만 이번 대회 개막 직전까지 자타가 공인하는 우승후보였고 지난해 12월초 조편성이 끝났을 때부터 한국캠프 역시 ‘비기기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지레 꼬리를 내렸던 상대다.
“그러나 비기기란 없다. 루이스 피구의 오른발을 꽁꽁 묶고 역습의 창을 꽂아라.” 미국전 피로를 씻고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LA시간 14일 오전 4시30분)을 향해 나아가야 할 태극호에 내려진 거스 히딩크 감독의 특명은 이것이다.
피구가 비록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준결승에서 입은 부상으로 가진 능력의 100%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네딘 지단(프랑스)에 이어 지구상 축구선수중 두번째로 값비싼 몸값(5,600만달러)이 웅변하는 듯 그는 언제든 상대골문을 헤집어놓는 한방과 게임의 흐름을 순식간에 뒤집어놓는 조율능력을 갖춘 수퍼스타. 포르투갈이 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검은 표범’ 에우제비오를 앞세워 3위를 차지한 뒤 36년만에 그 이상의 성적을 올리겠다고 장담한 것도, 세계축구계가 오랜만에 월드컵에 복귀한 포르투갈에 당장 우승후보 명찰을 붙여준 것도 2001년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올해의 선수’ 피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히딩크 감독이 작성한 포르투갈전 작전명령 제1호는 피구봉쇄, 이 작전을 수행할 제1후보는 역시 김남일이다. 지난 4일 폴란드전에서 감격적인 첫승을 따낼 때 폴란드공격의 관문 라도스와프 카우주니를 철저하게 묶어 이메누엘 올리사데베가 볼을 잡아볼 기회조차 거의 주지 않았고 미국전에서도 플레이메이커 클라디오 레이나 봉쇄특명을 받아들었던 김남일이 피구와의 맨투맨 전투를 효과적으로 수행한다면 한국이 월드컵사에 빛날 이변의 승리를 낚아챌 수도 있다는 히딩크의 당연하고도 야심찬 전략전술이다.
그는 특히 피구의 기량이 워낙 출중해 김남일이 한번에 볼을 빼앗으려 덤벼들다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따돌림을 당하기 십상이라는 판단아래 과욕을 버리고 피구의 길목만 차단하거나 바깥쪽으로 몰아붙여 시간을 벌되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할 경우 반드시 2선 수비수가 바싹 붙어 피구의 움츠린 뒤 더 빨라지는 공간침투를 저지하라고 주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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