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르 수케르(34). 유혈투쟁을 통해 91년에야 독립을 쟁취한 발칸반도 가장자리 작은 나라 크로아티아가 96년 유럽선수권(4위)과 98년 프랑스월드컵(3위)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최대원천은 수케르였다. 두 대회 연속 득점왕. 골사냥 시범을 위해 태어난 듯한 수케르의 명품을 또 감상하고픈 축구팬들에게 그가 보여주고 있는 건 그러나 ‘세월앞에 장사없다’는 허무한 진리뿐.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전에서 선발로 기용된 그는 전반 초반 한참 빗나간 슈팅 하나와 백패스 두어차례만 선보이고 후반 초반 탄식 속에 교체됐다. 8일 이탈리아전때는 아예 벤치에 걸터앉아 후배들이 2대1 승리를 엮어내는 장면을 지켜보기만 했다.
마음 따로 몸 따로인 오늘을 절감하며 흘러간 세월을 한탄하는 수퍼스타는 그 외에도 수두룩하다. 프랑스의 유리 조르카에프는 98년 대회에서 지네딘 지단만큼은 아니어도 골게터로 미드필더로 맹활약, 그의 할아버지가 고국 아제르바이잔에서 걸어서 자유 프랑스’로 간 일화까지 수차례 소개되는 등 대물림 인간승리 드라마 주인공이 됐었으나 이번에는 서른네살 나이를 어쩔 수 없는 듯 세네갈과의 개막전에서 지단 대역을 전혀 하지 못하고 헤매다 교체되는 운명을 맞았다.
또 아르헨티나의 100m를 10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로 90년 이탈리아월드컵과 94년 미국월드컵때 ‘바람의 아들’이란 칭호를 들었던 클라디오 카니자(35, 아르헨티나)는 8년만에 복귀한 이번 대회에서 선발은커녕 후보로도 얼씬거리지 못하고 있고, 골키퍼이면서도 프리킥으로 17골 페널티킥으로 45골을 기록한‘골넣는 골키퍼’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37, 파라과이)는 스페인전에서 세월따라 흘러가는 순발력을 붙잡지 못한 채 3골이나 얻어맞고 고개를 떨궜다.
4년전 브라질의 수비라인중 가장 세다는 소리를 들었던 오른쪽 윙백 카푸(32)는 이제 상대팀의 주요 공략포인트가 됐고 세계최고 수비수 소리를 듣던 파올로 말디니(33,이탈리아) 역시 몸보다는 입이 앞서는 늙은 수비대장이 돼 이탈리아축국 역사상 좀체 없는 역전패(8일, 크로아티아전 1대2)의 쓴맛을 봐야 했다.
98년 이맘때 사상처음 선제골을 잡으며 44년만의 본선 첫승 꿈에 부푼 한국 골문을 두차례나 유린하는 등 4게임에서 4골을 몰아넣어 멕시코의 16강 진출을 도맡았던 루이스 에르난데스(33)도 후반 중반쯤 지친 후배들 대신 투입돼 시간을 때워주는 조연으로 전락했다.
이밖에도 마르셀 드사이(34,프랑스) 올리버 비어호프(34, 독일) 등 그라운드를 주름잡던 수많은 왕년의 스타들이 퇴색한 연기로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다만 잉글랜드의 수문장 데이빗 사이먼은 골키퍼란 보직덕분에 39세의 나이에도 굳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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