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그의 저서 ‘미래쇼크(Future Shock)’에서 앞으로 다가올 사회의 변화상을 여러 측면에서 예측하면서 우리 시대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가속적 추진력(accelerative thrust)에 의하여 더욱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개인이든 사회든 대대적인 적응파탄(適應破綻·adaptational breakdown)의 운명에 처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초기 구석기시대를 완성하는데 5만년 가량 걸렸을 인류문명의 진보가 구석기시대 말에 와서는 1,000년으로 단축되었고 인류역사상 이러한 변화와 진보는 더욱 가속화되었으며, 특히 지난 300년간 변화의 속도는 괄목할만한 것이었다고 한다.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우리가 살아왔던 지난 10년 간의 변화는 어떠하였는가? 더욱이 지난 5, 6년간 우리 사회 변화의 모습은 어떠하였는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무색한 상황이 되었다.
토플러뿐만 아니라 다니엘 벨(Daniel Bell)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후기산업사회(또는 탈산업사회)의 모습으로 지식정보화사회를 일찌감치 예견하였고 이제 우리는 그러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한마디로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인류문명은 획기적인 혁신(革新·innovation)과 그 확산(擴散)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하여 왔다. 고대에는 몇 안 되는 미흡한 육·해상 교통망을 통하여 매우 완만하게 확산되던 것이 근세 이후 교통망과 더불어 유선통신 및 인쇄기술의 발달이 그 확산을 가속화했으나 오늘날은 이른바 정보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의 혁신으로 인하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수 많은 정보를 책상에 앉아서 실시간으로 획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보기술은 혁신이자 그 자체가 엄청난 확산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역사에서 교통통신망의 발달여부에 따라서 발생하던 세계 각 지역간 기술 및 정보 확산의 시간적 격차가 이제는 급격히 사라져 장차 제로(Zero)수준을 지향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정보기술의 혁신에 힘입은 결과 국제화·개방화·정보화로 상징되는 현대사회는 세계 각국 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부문에서도 무한경쟁시대에 돌입, 남보다 또는 다른 조직이나 나라보다 조금만 지체되면 경쟁에서 낙오되는, 오직 ‘힘의 논리’와 ‘경쟁의 논리’가 지배하는 상황이 되었다.
허지만 한인사회를 보면 이 논리는 부질없어 보인다. 한인들의 사회 변화에 대한 적응은 대단히 미흡하다. 현재의 미 경기 침체도 한 원인이기는 하지만 한인들의 불황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그것은 변화에 대한 느린 적응 속도 또는 외면 때문이다. 이것이 더 큰 근본적인 문제라고 여겨진다. 불과 7, 8년 전 아틀란타 한인들의 비즈니스는 흑인들을 상대로 한 소규모의 그로서리와 뷰티서플라이, 주류업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타인종이 꺼리던 위험스런 다운타운 일대의 컨비니언 스토어는 한인 일색일 정도였으며 주류업이나 그로서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돌이켜 보면 일주일이 멀다하고 강, 절도 사건이 터지고 사람이 죽어 나가던 시절이었다.
취재차 한인들의 사고현장이나 생업현장을 둘러보면서 모골이 송연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목숨을 걸고 돈을 모은 한인들이 위험지역을 빠져나오고 그 자리는 대부분 인도 사람들로 채워졌다. 대다수의 한인들은 세탁소나 붐이 일기 시작한 비퍼가게 등에 투자하기도 하고 화이트 칼러 직장인들을 상대로 하는 뉴스 스탠드(빌딩 매점)나 식당 등으로 전업했지만 녹록치 않았다. 대부분의 비퍼(나중에 휴대전화기까지) 가게는 대규모로 사업수완을 발휘한 몇 사람을 제외하곤 낭패를 면치 못했다. 타 업종도 다를 바 없어 한인들이 좀 된다하는 업종에 몰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세탁소나 뷰티서플라이, 주류업계 등에서 지금까지도 서로 죽이기 가격경쟁을 벌이며 끝없이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문제는 전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영어에 서틀러도, 다른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이 없어도 남들보다 오래 일하고 성실하면 돈을 벌 수 있었던 곳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목숨이 위태로운 위험지역을 빠져 나오기는 했으나 전업에 대한 대안이 없었고 급변하는 사회에 대처할 만한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했으며 아틀란타 올림픽 이후 타도시에서 유입된 한인비즈니스의 증가로 경쟁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청소업이나 페인트 등 하드잡이라고 여기던 업종에서조차 멕시칸들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지난해 9.11 테러로 미 경기가 불경기의 터널에 진입하면서 한인들의 비즈니스는 설 곳을 잃고 날로 쇠락하고 있는 형국이다.
강자와 약자의 구별없는 무한경쟁속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공부와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이다. 지난해 빌게이츠가 펴낸 ‘생각의 속도(The Speed of Though)’를 넘어 행동으로 오히려 변화를 주도할 수 있어야 살아남는 세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를 익혀야 하고 사회변화를 간파할 수 있는 정보 수집 및 해석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겠다. 거대한 자본에 맞서기 위해서는 주식형태의 자본 축적 또한 필요하다. 단적인 예로, 최근 뉴욕에서는 한인들이 뜻을 모아 공동으로 빌딩구입에 나서고 있다. 이는 랜트비 인상 방지와 투자가치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한인타운과 그 인근에 있는 상당수의 샤핑센터들은 중국인들의 공동 자본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모두에게서 배워야 한다. 그리고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불황’이라는 탄식은 그저 부정적인 인식만을 불러올 뿐 아무런 희망을 주지 않는다. 변화에 익숙해 져야 하고 또 반드시 변해야 산다.
<편집·취재부장> ej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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