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지난 6일 또 한번 결단을 내렸다. 연준리는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은행간 연방 콜금리를 현재의 1.75%로부터 1.25%로 낮추었다. 이는 지난 1961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금리 수준이다. 이로써 연준리는 금리 인하 카드를 사실상 완전히 소진시켰다.
연준리가 이미 40년 최저인 콜금리를 또 한번 크게 낮춘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회복기에 있다던 미국 경제가 생각 보다 아주 시원치 않다는 점이다. 연준리는 최근 경기 침체기 동안 미국 경기를 지탱해 온 소비자 지출의 약세를 비롯 제조업 생산의 위축,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노동시장의 불안정 등이 이와 같은 공격적 금리 인하의 주된 이유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 이라크 전쟁 가능성으로 인한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은 경기 회복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GDP 성장률은 예상보다 낮은 3% 정도에 그쳤다. 후행지수이긴 하지만 각종 경제지수를 포함하고 있는 주요 경제지표 또한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실업률은 두달 연속 하락하며 지난 2월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전년 동기에 비해 높은 상태이다. 기업들의 실적 역시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 생산은 단순히 예상보다 약한 정도가 아닌 위축상태이다. 기업들의 자본투자 지출 역시 회복 기미가 없다. 여기에 월마트 등 주요 소매 업체들의 실적이 시원치 않다.
이중경기 침체 가능성이 한동안 논의되었지만 그보다는 아예 미국 경기는 회복기가 없었던 장기 침체기에 있다고 보는 편이 옳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무튼 예상보다 큰 금리인하로 연준리는 저 인플레이션의 이점을 이용 미국 경기의 추가 침체를 사전에 예방하고 경기 회복을 진작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1.25% 정도의 인플레 수준을 감안할 때 연방 금리는 사실상 0% 정도의 초 공격적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번 0.5%의 금리 인하는 미국 경기를 회복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까? 물론 초 저금리는 기업들과 가계의 부채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이는 기업들의 추가 대출을 가능케 함으로써 투자지출 및 판매실적의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따라서 기업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또한 미국 모기지 담보의 약 20%가 변동 금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금리 인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일단 호전시킬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저금리 혜택으로 그 동안 소비경기의 주축을 이루었던 자동차 론이 0% 밑으로 내려가거나 주택 융자 금리가 또 한번의 재융자 붐을 가져올 만큼 충분히 내려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사실상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미 2003년 예상 실적을 이미 크게 하향 조정한 상태이다. 이미 생산과잉, 수익률 감소 등으로 허덕이는 기업들이 이번 금리 인하 조치로 투자 지출을 의미있게 증가시킬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이번 금리 인하는 증시 거품 여파로 여전히 회생 기미가 없는 거대 미국 경제의 급격한 붕괴를 예방하기 위한 또 한방의 진통제 효과 이외에는 실제 경기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 같다. 연준리는 사실상 내년의 경제 전망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완전히 해소할 만한 확실한 단서를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다. 다만 어쩌면 지난 화요일 중간 선거에서의 공화당의 압승과 이라크와의 전쟁 이슈는 부시 정부와 공화당 주도 의회의 적극적인 경기 진작책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워싱턴은 특별한 경제회생 정책 아이디어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정수익/퍼스트 아메리카 투자사 한국 담당 부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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