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세월이 있었다. 남성의 권위 앞에서 여성의 권리라는 말이 무색하기
만 했던 시대와, 그런 세상과 불화할 수밖에 없었던 영국의 여성 소설가 버
지니아 울프의 시간들이 있었다. 21세기의 여성은 과거의 여성들보다 자
유로와졌을 것이다. 분명, 2001년의 클래리사는 시대를 저주했던 울프와
시대에 함몰됐던 로라보다 당당하고, 훨씬 활동 폭이 넓어졌으니까, ...그러
면서도 세 여인의 삶은 닮아 있다.
99년 퓰리처상과 펜 포크너상을 수상한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을 영화화한
<디 아워스>는 대단히 지적인 구성과 연출, 그리고 섬세한 연기등의 조화로
<뷰티풀 마인드> 이후 또 하나의 문학과 영화의 성공적인 만남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전미 비평가 협회(NBR)가 2002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하기
도 한 이 영화는, 다소 어렵고 복잡한 평론가용 영화라는 공식에 머물러 있지
만, 문학적 풍미가 진하게 우러나는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 특히 버지니아 울
프의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권할만 하다.
이 영화는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살고 있는 세 여성의 하루동안의
이야기이다. 먼저, 버지니아 울프(니콜 키드만)가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
중이던 1923년 영국 리치몬드 교외와, 댈러웨이 부인을 애독하는 평범한
주부 로라(줄리앤 무어)가 자살을 시도하는 1951년 미국 로스엔젤레스,그
리고 댈러웨이 부인이란 별명으로 불리우는 성공한 편집자이자 동성애자인 클
래리사(메릴 스트립)가, 에이즈로 죽어가는 절친한 친구 리처드(에드 해리스)의
문학상 수상 기념파티를 준비하는 2001년 뉴욕... 결코 죽음이 아니라 삶에 대
하여 얘기를 하고있는 이들은 각자 다른 시간과 공간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들
이 가진 절망과 두려움으로 서로의 삶이 톱니 바퀴 처럼 맞물려 있다. 스테판 댈
드리 감독은 그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고독과 절망을 통해, 버지니아 소설의 핵심
개념인 ‘의식의 흐름’ (stream of consciousness)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고,
깊고 풍부한 메타포로 영상 언어를 창출해 내고 있다. 여배우들의 내면 연기와
절제되고 지적인 대사, 교차 편집과 촬영기법으로 어우러지는 계산적인 영상,
미니멀리스트의 거장 필립 글래스의 소나타 처럼 반복되는 음악은, 두어시간의
상영시간에 잠시도 다른 생각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침몰된 몰입감을 가져온다.
훌륭한 대사들이 많이 있지만, 영화를 끝맺으며 나오는 버지니아의 보이스 오버는
아직도 귓전에 맴 돌고 있다. " To look life in the face, always to look life in
the face, and to know it what it is, to love it for what it is. At last to know
it. To love it for what it is. And then put it aw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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