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의 2003년 출발이 시원치 않다. 메이저리그에 온 후 최악이었던 지난해의 아픈 기억을 씻기 위해 다부진 각오로 나섰으나 비장한 본인의 자세와는 달리 올 시즌의 첫 단추가 벌써 잘못 꿰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시범경기 첫 2번의 등판에서 극도로 부진한 투구내용(4⅔이닝 11실점)을 보이면서 그를 보는 팀 내 시각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부진에도 불구, 이번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면서 박찬호로는 군말없이 레인저스의 제1 선발이었다. 그러나 첫 2번의 시범등판에서 참담한 결과가 나온 뒤 레인저스 캠프에는 제1선발 교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공식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설’. 박찬호가 당초 10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단짝포수인 채드 크루터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좋겠다는 이유로 등판을 하루 연기시킨 것이 그 증거라고 한다. 남은 시범경기 등판 스케줄 상 설득력 없는 이유로 등판을 연기한 것은 곧바로 제2 선발 강등을 의미한다는 분석.
한편 박찬호는 11일로 미뤄진 정규 시범경기(상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도 나서지 않고 대신 같은 날 팀의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상대로 한 팀 연습경기에 출장, 4이닝을 던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훈련 중 허벅지에 타구를 맞아 타박상을 입었기 때문. 하지만 연습경기에 나와 4이닝을 던질 정도의 상태라면 정규시범경기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뒷말이 도는 것은 당연했다.
레인저스 캠프에 떠도는 가설 중 하나는 박찬호가 팀과 코칭스탭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11일 등판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팀이 전날 예정됐던 선발등판을 연기시킨 것이 어쩌면 제2선발로 강등을 의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박찬호가 이에 대한 항의 표시를 한 것이라는 것.
또 이날 D백스 랜디 잔슨이 마운드 상대로 나서는 상황에서 또 다시 부진할 경우 비교가 돼 상대적으로 더욱 큰 타격을 입을 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박찬호가 등판을 피했다는 설도 있다. 둘 다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사실이라면 상당히 우려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또 이런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는 것은 박찬호에게 에이스 위상 추락을 말해주는 슬픈 현실이다.
이제 겨우 시범경기에서 2번 던진 결과를 가지고 벌써부터 전 시즌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너무 성급하겠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부진한 투구내용과 뒤따라 불거져 나온 팀과의 갈등설 등 지금까지 박찬호의 모습은 그의 팬들을 불안하게만 하고 있다.
김 동 우
<특집 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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