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쉬고 싶구나”. 어머니는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따뜻한 온기를 지우셨다. 스무살이 막 찾아왔을 무렵의 이해경(사진)씨에게 찾아온 어머니와의 이별은 어느 정도 준비의 기간이 있었음에도 싸늘히 식은 손을 채 놓을 수 없는 슬픔이었다. 그리고 병상에 누워 계신 동안 어머니를 치료했던 수많은 의사들, 그들이 조금만 더 따뜻했더라면, 조금만 더 친절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은 어머니가 잠드신 후에도 쉽게 뇌리속을 떠나가지 않았다. .
이것이 바로 에반스톤 노스웨스턴 헬스케어에서 가정의 로 재직중인 이해경씨가 의사의 길로 접어들게 된 이유다.
이씨는 지난 8일, 시카고 연합장로교회에서 자신의 에세이 모음집인 ‘희망을 코디하는 Dr. Mom’ 저자 사인회를 가졌다. 2년전, 당시 샌디에고에서 활동중이던 이씨는 한국의 저명한 목회자 중 한 명인 하용조 목사를 우연히 진료하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되고, 하목사의 권유로 의사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로서 1인 3역을 소화해내는 자신의 삶을 글로 표현해 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흔히 의사들 하면 권위적이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것이 사실이잖아요. 저 역시도 어머니를 치료했던 의사들을 보면서, 물론 그 분들이 성심성의껏 진료에 응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나라면 저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을 가지기도 했어요. 전 제 책을 통해서 미약하나마 의사들에게도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따뜻함이 묻어있다는 것을, 아픈 부분뿐만 아니라 환자의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의사가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때문에 환자에게 청진기를 갖다대기전 차가운 느낌이 부담스러울 까봐 대화하는 도중 손으로 청진기를 어루만짐으로서 온기를 미리 심어놓는다는 이씨의 말이 작지만 큰 배려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이씨의 책을 들여다 보면 그가 한국에서의 인턴 시절 당시 남편을 만났던 이야기, 200kg이 넘는 몸무게로 인해 수술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어느 미혼모의 이야기, 유치원에 다니는 큰아이의 반에서 가졌던 멋진 건강 강의로 자신의 아이를 단 한번에 스타로 만들었던 일화 등 이씨가 30년이 조금 넘는 자신의 삶 동안 품속에서 배우고 다듬었던 이야기가 주옥처럼 숨어 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상처받은 이에게, 고통받는 이웃에게 사랑과 믿음을 심어주고 싶다는 희망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박웅진 기자
jinworld@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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