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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영 <서울경제 뉴욕특파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9일 저녁, 중동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공격명령을 내림으로써 이라크 전쟁이 시작됐다. 이라크 전쟁은 21세기 두 번째 전쟁으로, 2001년 9.11 테러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수천명의 민간인이 죽은후 미국은 무서운 슈퍼파워로 변했다.
그들은 더 이상 적이 도발하기까지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이른바 선제공격론이다. 테러 집단과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국가에 대해 위험이 커지기 전에 싹을 제거해야 한다는 논리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가 마무리하지 못한 이라크를 12년만에 다시 공격명령을 내린 것이다.
어쨌든 전쟁이 터진 이상 빠른 시일에 최소의 희생으로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다른 관심은 전쟁으로 인해 위축된 미국 경제가 전쟁이 끝나면 살아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바닥을 모르고 가라앉던 뉴욕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배럴당 40달러까지 치솟던 국제유가는 30달러 이하로 떨어지는등 신호는 긍정적이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비롯, 미국의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 미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전쟁이 끝나면 미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해 한국 경제도 살아나고,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돈벌이도 좋아질 것인가. 전쟁이 빨리 끝나면 그동안 위축됐던 소비와 투자 심리가 재개되는 측면이 있다. 뉴욕 주가가 어느 시기까지 폭등하고, 2003년 하반기엔 미국 경제 성장률이 다소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실물 경제 회복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린스펀 의장의 낙관론은 3년간 경제 슬럼프 과정에서 오류로 판명됐고, 미국의 실물경제 경제 여건은 전쟁과 상관없이 기력을 상실하고 있다.
그 이유를 몇가지 들어보자.
첫째, 3년째 하락한 뉴욕 증시의 거품이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00년 3월10일, 뉴욕 증시의 나스닥 지수는 5,048.6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닷컴’ 또는 ‘넷’이라는 이름의 회사는 뉴욕 월가의 돈을 빨아당겼고, 20대 젊은이들이 백만장자가 되는 시대였다. 인터넷으로 항공기 예약을 하는 회사의 시가총액이 미국 3대 메이저 항공사의 시가총액 합계보다 커지는 기막힌 현상이 벌어졌다.
그로부터 정확히 3년후인 지난 10일에 나스닥 지수는 1,278.37로 마감, 최고치 대비 75% 추락했다. 지수상으로 4분의3이 잘려 나간 것이다. 거품처럼 부풀어올랐던 인터넷 회사는 도산했고, 살아남은 정보통신(IT) 회사들도 생존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3년전의 뉴욕 증시 거품은 1929년 대공황 직전에 형성된 거품보다 높았다. 하지만 3년간의 주가하락에도 불구, S&P 500 종목의 주가수익률(PER)은 아직도 같은 수준(29)이다. 주가 하락만큼 기업 수익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렌 버핏 회장도 뉴욕 주가가 아직 비싸다고 지적했다.
둘째, 2002년에 달러가 유로화 대비 20% 하락했음에도 불구,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지 않아 달러의 추가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02년 미국의 무역 적자는 4,352억 달러로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달러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국제 유동성이 미국 시장에서 해외로 빠져나가 뉴욕 증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미국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90년대 10년간 장기 호황 때에 은행에서 돈을 빌려 설비 확대에 나섰지만, 3년간 경기가 둔화하면서 설비 과잉에 따른 수익 감소로 부실 채무가 늘어나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라크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국제 정치, 국제 경제의 문제가 미국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핵 문제가 또다른 지정학적 문제로 제기될 것이고, 일본 및 독일 경제의 정체, 남미국가의 금융 부실 확대 등도 미국 경제의 수출 확대를 저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당장은 삶의 허리띠를 풀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in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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