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차 만나는 공립학교 교육자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교사들이 시험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스탠포드 9(올해부터는 CAT 6)이다 CST다 하여 주 교육부에서 내려오는 각종 표준평가에다 교육구에서 실시하는 작문고사 등까지 줄을 잇는 시험에 학생들을 준비를 시키느라 쓰이는 신경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일선 교육자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미국 학교들이 ‘시험지옥’이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미국 학교를 시험지옥 운운하는 것이 좀 과언이긴 하겠지만 이의 배경에는 최근 미국 교육계의 화두가 돼온 ‘스탠다즈’와 ‘교육개혁’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 공립학교에서는 스탠다즈(Standards·학습기준) 중심의 교육이 지상과제처럼 돼 있다. 주 교육 당국의 주도 하에 각 과목과 학년별로 일일이 교육 내용의 스탠다즈를 리스트로 만들어놓고 모든 수업을 철저히 이에 맞춰 실시해야 한다.
표준평가도 당연히 스탠다즈에 의거해 치러진다. 여기에 부시 행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교육개혁법은 각 주의 표준평가에서 시험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학교는 교장과 교사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이에 대한 일선 교사들의 반응은 수긍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것 같다. 전국 47개주 1만2,000여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 표준시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개혁 프로그램이 현장 교사들을 시험 위주의 교육으로 내몰고 있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또 절반 가까이가 진정한 교육 향상 없이도 시험 점수는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다즈 중심 교육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믿지만 연방정부가 나서서 단 한가지 시험점수로 성공이냐 실패냐를 결정하는 것은 너무 과격한(?) 정책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공립학교 교장과 교사들이 받는 압박감은 대단한 모양이다. LA 교육구의 한 교장 선생님은 API 지수 발표 시기가 되면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털어놨다.
이쯤 되면 학교 교장이 마치 회사의 주가 추이에 일희일비하며 자리를 걸고 경영실적을 올려야 하는 기업 CEO의 처지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성적을 올리는데 기여하는 한인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 갈까봐 조마조마하다는 농담이 단지 우스개로만 들리지 않는다.
부시 교육개혁의 성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몇 년을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교육개혁법의 독소적인 부분이 정상적 교육에 해가 된다며 연방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일선 교육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이라크 전쟁에 나선 부시 행정부의 귀가 얼마나 열려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김 종 하<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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