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중의 하나는 여군들의 모습이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제시카 린치 일병. 적진에 포로로 잡혀 있다가 극적인 야밤 기습작전을 통해 구출된 린치는 현재 가장 신나는 전쟁 화제의 주인공. 영웅없는 이번 전쟁에서 일약 ‘미국의 영웅’으로 떠올라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학 학비를 벌기 위해 군에 입대했다는 19살 여군을 위해 고향 웨스트 버지니아 주정부는 이미 4년 전액 장학금을 약속했다. 고등학교 졸업반이 될 때까지 샤핑몰 구경을 못했을 정도로 벽촌에서 자랐다는 사실, 고향땅 저 너머 넓은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 꿈이었던 전형적 미국 시골 아가씨, 하얀 피부의 소박하고 예쁘장한 외모, 그리고 2차대전 이후 처음이라는 적진내 포로 구출작전의 주인공등 여러 조건을 보면 지금쯤 할리웃 어디에선가는 영화 제작이 진지하게 추진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린치가 전장에서 들려온 낭보의 주인공이라면 비보의 주인공들 중에도 여성은 끼여 있다. 미국 역사상 전장에서 숨진 첫 여군으로 기록된 로리 피스티와 일병이 그 주인공. 애리조나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자란 인디언 여성, 로리 일병은 이혼후 3살과 4살의 남매를 혼자 키우던 중 파병되었다.
전쟁 뉴스에서 여성들이 이렇게 부각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 한인 파병가족들 중에도 딸을 전쟁터로 보내고 애 태우는 가족들이 여러번 보도되었다.
여군이 이처럼 자꾸 눈에 띄는 이유는 미국에서 여군 숫자가 지금처럼 많았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육해공 해병대등 군대내 여성 숫자는 해마다 늘어서 현재 전체 군인의 15% 수준에 이른다.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11%를 차지했던 여군은 12년 사이 부쩍 증가, 현재 21만170여명(2002년 9월 기준)에 달하고 있다.
여군 증가와 함께 뒤따르는 부차적 문제는 전쟁등으로 장기 파병시 엄마 없는 가정이 너무 곤란을 겪는다는 것. 여군들중 기혼여성은 43% 정도인데 남편이 군인인 경우와 민간인인 경우가 대략 반반 정도이다.
군인 남편이 여군 아내를 좀 더 잘 이해할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홀아비가 되어 육아와 살림을 혼자 꾸려나가느라 절절 매는 것은 민간인 남편이나 군인 남편이나 매 한가지. 평소 익숙하지 않던 요리, 빨래, 청소하랴 아이들 등교시키고, 숙제 봐주고, 목욕시켜 잠자리에 들게 하는 하루 일과를 너무 힘겨워 하는 남편들이 많아서 서포트 그룹이 필요할 정도.
아울러 “여자인 아내는 나가 싸우고 남자인 나는 아이나 봐야 되는가” 싶은 일종의 낭패감이 또 일부 남편들을 맥빠지게 한다고 한다. 이들 가정을 위해서라도 전쟁은 빨리 끝나야 하겠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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