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이용자들은 독서를 제법 즐기는 편이지만 난 흔들리는 전철에서 책을 가까이 보면 두통과 현기증이 심해진다.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시야를 멀리하고 광고판을 꼼꼼히 읽는 버릇이 생겼다. 흥미로운 광고는 물론 커뮤니티 이슈나 문화행사, 아직 가보지 못했던 여행지 안내, 할인광고, 신제품 홍보내용은 모두 메모해 둔다.
얼마 전 맨하탄 취재를 마치고 그날도 역시 전철을 타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광고란 광고는 모두 읽어보고 있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눈에 거슬리는 어색한 한국어가 눈에 띄었다.
광고는 `안으로 영국을 읽으십시오’라고 쓰여 있었다. 무슨 뜻인가 싶어 살펴봤더니 한 유명 어학원이 게재한 영어강좌 등록 광고였다. 이민자들이 많은 지역인 만큼 뉴욕의 어학원은 수지맞는 사업 중 하나다. 더구나 이 어학원은 맨하탄과 퀸즈 지역에 다수의 분원을 운영하는 꽤 이름 있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어떻게 이런 문구가 나올 수 있었는지 가슴이 꽉 막힐 만큼 어처구니가 없었다. `Read in English’를 `English’는 `영어’ 대신 `영국(British)’이라는 의미로, 전치사 `in’은 말 그대로 `~의 안에서, ~안으로’라는 뜻으로 옮긴 것이다. 번역이라기보다는 문맥상 어울리지 않는 뜻을 그대로 나열한 것일 뿐이었다.
한국어를 포함, 10여 개국 언어로 영어공부를 하라는 내용이 실렸지만 타국어 역시 문법상 얼마나 정확한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며칠을 고민하다 어학원에 연락해 시정을 요구했고 최근 한국어 표기가 수정된 동일한 광고를 접하게 됐다. 나 뿐 아니라 아마도 한인들의 불평 섞인 전화가 빗발쳤으리라 짐작된다.
어학원 뿐 아니라 일반 또는 공익광고에서조차 때로 어색한 한국어를 접할 때가 있다. 길가는 행인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아직도 한국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정체성이 점차 희미해져 가는 한인 2세의 뿌리교육 못지 않게 주류사회를 상대로 한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및 홍보에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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