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마련이고,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사람들과 좋든 싫든 이런 저런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말일 게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의 관계를 맺게된다. 학교에서는 사제의 관계와 동기나 동창의 관계를 맺는다. 회사에서는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와 함께 일하는 동료의 관계를 맺게되는 것처럼.
물론, 혼자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면서 보고 싶은 옛 친구들의 향기가 더욱 그리워진다. 태평양을 건너와 한인들이 어울려 사는 뉴욕 한인사회에는 다양한 동창 모임들이 있다.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초등학교 동창회, 격의 없는 중·고등학교 동창회, 젊음의 고뇌와 낭만을 함께 하는 대학교 동창회, 그리고 한국대학동문회가 모두 모인 대학동문 총 연합회까지. 그 가운데 별종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솟구치는 힘과 샘솟는 지혜를 주체하지 못했던 경험을 갖고 있는 고등학교동창회는 유독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깡패’라는 별명의 무서운 교사를 슬슬 피해 다니던 일, 전진동산이나 화장실에서 몰래 숨어 담배를 피우던 일, 점심시간에 교실 뒤 책상을 앞으로 밀고는 피노키오 스텝을 밟던 일, 바랜 교련복을 입고 옆구리에 모자가 든 가방을 끼고는 워커를 질질 끌며 겉멋을 부리던 일,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영화를 보기 위해 삼삼오오 몰려다니던 일, 인근 여학교 학생들과 설레는 마음으로 제과점에서 미팅을 하던 일 등등. 유난히 많았던 추억들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시절이 바로 고등학교 때가 아닌가 싶다.
뉴욕에 이민 와 살면서 학창시절의 친구들을 거의 만나지 못하고 지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얼마 전부터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처음으로 뉴욕, 뉴저지 지역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들이 동문회 모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토요일에는 처음으로 마련된 고등학교동창 가족야유회도 다녀왔다. 1회부터 5회까지의 선배들, 6회 동기들 그리고 10년도 넘는 후배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창들이 가족과 함께 모였다.
엊그제 정든 모교를 떠난 것 같은데, 벌써 20년이 훨씬 지난 세월이 흘러서인지 동기동창들의 모습이 많이 변해있었다. 서울이 아닌 타국에서 만나는 동창들이라 그런지 더욱 반가웠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황금기를 학교에서 보냈기 때문인지 학창시절의 추억이 각별하고 소중하다는 느낌도 갖게됐다. 기성관념이나 가치관에 오염되지 않은 채 백지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맺어진 동창이라 정감이 있었고 마음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 얘기를 주고받다 보니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학창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 삶의 활력을 주는 듯 했다.
세월의 벽을 넘어 학창시절의 회포를 푸는 자리였기에 일상생활에서의 피곤을 말끔히 씻어버릴 수 있었다. 앞으로는 동기동창들과 잦은 만남을 갖기로 했다. 동창회도 만사를 제쳐놓고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유회를 끝내며 헤어지기 전에 교가를 부를 때는 가슴 속에서 뭉클한 뿌듯함이 샘솟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이날 모임은 15년 정도의 미국생활을 하면서 가졌던 수많았던 그 어느 모임과 달리 처음 느끼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참으로 좋았다.이미 동창들의 모임을 통해 서로의 마음에서 정성이 모이고, 새로운 마음이 열리는 경험을
한 이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얘기가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왠지 모를 낯설음으로, 기타 등등의 이유로 아직 동창모임에 가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학창시절의 옛 추억을 끄집어 볼 수 있는 동창들과의 만남이 삶의 청량제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흔히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동향, 동창, 동갑, 동성 등 서로가 일맥상통하는 인연을 연결하여 가까이 접근하면서 사는 게 사람들이 보통 가질 수 있는 인정이 아닌가 싶다.
요즘은 전쟁, 불황 등으로 하루하루가 짜증스럽고, 어수선하다. 이럴 때일수록 남을 탓하기보다는 오히려 가족, 이웃, 동창 등 우리가 살면서 이미 맺고 있는 인연 모두가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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