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 스테이트 파크웨이를 따라 중부 뉴저지 세이어빌을 지날 때면 태극기가 휘날리는 건물을 볼 수 있다. 한인 의류업체인 터보 스포츠웨어(Turbo Sportsware·대표 정영인)의 본사다.
터보 스포츠웨어의 정문 앞에는 태극기 외에도 성조기, 회사기가 항상 휘날린다.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의류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의 표시처럼 보인다.
터보는 정영인(58) 회장이 지난 1982년 세웠다. 뉴욕은 물론, 미주 한인 기업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성공한 기업이 됐다. 지난해 연간 매출 9,000만 달러를 기록한 대형 의류 회사로 자리잡았지만 정 회장이 가장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은 매일 힘차게 휘날리는 태극기와 터보의 사람들이다.
"사업가의 자산은 돈이 아니라 깨끗한 신용과 성실한 직원입니다."
회사 설립 후 터보는 ‘트리플 패트 구스’(Triple F.A.T. Goose)라는 자체 브랜드를 히트시키는데 성공했다. 트리플 패트 구스 브랜드로 약 3년간 회사의 기반을 다졌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와 브랜드 개발이 필요했다.
정 회장은 날로 인기가 치솟는 프로 스포츠 관련 의류 품목의 상품성을 파악하고 메이저리그와 프로풋볼 리그,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 등과 계약을 맺었다. 또한 겨울용 의류 품목인 ‘퍼스트 다운’(First Down) 브랜드를 개발, 의류 업계에서의 입지를 한층 굳혔다.
"남의 물건을 팔아서 돈을 많이 버는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어느 비즈니스든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무역업 경우, 자체 브랜드 개발이 필수라 봅니다."그만큼 경쟁력이 치열해졌다는 말이다.
그러나 경쟁이 아무리 치열해져도 편법이라는 단어는 터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쟁력이 치열해졌다는 뜻은 바이어들이 그만큼 선택의 여지가 많아졌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바이어들을 순간 순간마다 속이면 언젠가는 탈이 나게 돼 있죠. 경쟁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더 정직과 신용을 중요시해야 됩니다."
정 회장은 터보 스포츠웨어가 오늘의 자리에 서게된 가장 큰 이유를 직원들의 ‘근면’과 ‘성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직원을 뽑을 때 이력서보다는 인터뷰에 훨씬 더 많은 비중을 둔다.
"이력서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합니다. 그 사람의 능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그 사람이 얼마나 성실하고 정직한지는 사람을 직접 만나 겪어보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지요."
그러나 회사의 대표 입장에서 무조건 직원들에게 바라지만은 않는다. 터보의 직원들은 입사 10년이 되면 기념 반지와 함께 1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는다.
"한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인으로서 직원들이 다른 회사로 간다면서 사표를 제출할 때처럼 마음이 상할 때도 없을 겁니다. 반대로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오랫동안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사업가로서의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아무리 수천만달러의 연간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대기업이지만 긴장을 푸는 것은 결코 금물이다.
정 회장은 "비오는 날도 준비하면서 비즈니스를 경영하는 것이 진정한 장사꾼"이라며 "물론 중요한 비즈니스 차원의 문제를 놓고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될 때도 있지만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라는 속담은 항상 마음속에 존재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 1973년 미국에 왔다.
목돈이 없어 소매업을 택했지만 기업가로서 성공하리라는 그의 욕망은 늘 마음속에 존재했다. 당시 유대인 세일즈맨과 친분 관계를 맺으면서 의류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당시 은행을 돌아다니며 대출 신청을 할 때는 정말 눈물겨웠습니다."
터보 스포츠웨어는 ‘이윤’을 중요시 여기는 기업체이다. 그러나 돈이 전부는 아님을 정 회장은 늘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정 회장은 "사업가도 철학이 있어야 된다"며 "철학이 없으면 비즈니스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큰 K 마트가 왜 파산신청을 했다고 보십니까? K 마트에 갈 때마다 직원들의 불성실하고 불친절한 태도와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모습을 보며 이곳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K 마트가 파산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철학 없는 경영 방침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회사 정문 앞에 휘날리는 태극기는 정 회장의 철학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제가 돈만 벌기 위해 이 회사를 이끌어왔다면 아마 오래 전에 문을 닫았을 것입니다."
자신은 물론, 터보의 모든 직원들에게도 정직과 성실의 중요성, 애국심의 중요성을 심어주는 것이 정 회장의 사업이자 인생 철학이다.
그는 지난 90년도부터 럿거스 대학 한국학과 지원을 위해 매년 1만 달러의 기부금을 전달해 오고 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수여하고 있다. 정 회장이 지난 10여년간 기증한 장학금 액수만 해도 수십만 달러에 달한다.
정 회장은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사원들의 애사심"이라며 "계속해서 힘닿는 데까지 사회봉사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출근하는 정 회장은 "회사를 운영하는 내가 늦게 출근하면 회사에 대해 누가 주인의식을 느끼겠느냐"며 "운영자가 자신의 운영 방침을 솔선수범해서 직원들에게 보여줄 때 그 회사는 운영자 없이도 잘 운영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가 영원히 존재하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제가 사라져도 터보 스포츠웨어는 잘 운영돼야 합니다. 제가 사라져도 세이어빌의 태극기는 휘날려야 합니다."
<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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