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을 미영연합군이 단시일에 끝낸 것은 지극히 다행스런 일이다. 더 많은 무고한 살상과 파괴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허망하게 끝낼 전쟁이었다면 사담 후세인은 진작에 망명이라도 해서 전쟁을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다. 철저한 패배가 예견된 전쟁을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왜 적극적으로 피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그는 이라크를 위한 정치인이 못되고 자신의 권력을 위한 독재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끝났지만 아직도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후세인의 행방은 묘연하고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그처럼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 화학무기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고 테러 조직과 연계된 증거도 없다. 또 이라크 땅에 민주주의를 세우기는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 더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명분이 확실치 않은 전쟁은 일어났고 전쟁이 빚어낸 아픔과 상처는 너무 크고도 깊다.
호화스런 대통령궁과 별장을 이라크 국민들의 생활고와 겹쳐 보면서 유엔에 의한 10여년간에 걸친 대이라크 경제제재가 후세인 정권은 붕괴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에게만 고통을 안겨주고 독재권력만 강화시켜 그 효과에 대해 의문을 가져 본다.
북한의 김정일도 인민들은 굶겨 죽이면서 자신은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이번 전쟁을 통해 후세인은 권좌에서 축출되었지만 그렇다고 반도덕적인 전쟁이 강자의 목적을 위한 필요악으로 대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류는 크고 작은 수많은 전쟁을 겪으면서 그 비극성을 예지하고 있다. 힘센 자가 구실을 만들어 싸움을 걸어오면 약한 자는 오기를 부리다가 흠씬 두들겨 맞기보다는 경우에 따라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인 것이다.
이라크 전쟁이 끝나자 요즘은 북한 핵문제가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경제제재나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김정일은 후세인의 불행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공산주의가 죽은 지 언제인데 아직도 그 시신을 안치해 둔 상자 속에 인민들을 가두어두고 굶겨 죽이면서 적화통일이라는 망상에 빠져 있는가. 그가 전쟁을 한반도 통일을 위한 필요악이라는 유혹에 빠져 내심으로 미국이 그를 때려주기를 바라고 있을까봐 불안하다.
김정일이 미국을 두려워하면서도 미국과 맞서는 오기를 부리는 것은 자신을 과시하려는 허세이자 독재자 특유의 정신질환이다.
전쟁을 피하는 길은 핵 포기밖에 없다. 그 선택은 김정일의 몫이고 이제 그는 빈국강병의 독재자에서 국리민복을 위한 정치인으로 변신할 마지막 기회를 맞고 있다.
남진식/사이프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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