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국 대통령부부가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환영식에 참석했었는데 이전 영부인들에게서는 왠지 거리감이 있었어요. 이번 퍼스트 레이디는 편안한 친근감이 느껴지더군요”
뉴욕의 노무현 대통령부부 환영식에 참석한 한 지역 인사의 소감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중인 노대통령 부부를 맞으면서 뉴욕, 워싱턴등 한인사회가 들떠있다. 이번 방문중 다루게 될 사안의 심각성도 심각성이지만, 김영삼, 김대중 등 미주 한인사회와 인연이 깊었던 이전 대통령들과는 달리 노대통령은 한인사회와 완전한 첫 만
남이라는 사실이 호기심을 자극한 때문이다.
노대통령에 대한 인상은 대체로 “어깨에 힘을 주지 않아서 좋다.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느낌이다”는 것. 퍼스트 레이디인 권양숙 여사에 대한 인상도 ‘나서지 않는 차분함’이 주로 장점으로 지적되었다.
퍼스트 레이디와 한국학교 교사 간담회에 참석한 한 교사는 “(권여사가) 기대이상으로 재미 동포들의 교육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관심을 갖고 미리 충분한 준비를 한 것 같다.
교사들의 의견을 열심히 들은 후 그 내용을 교육부에 전달하겠다고 했는 데 성의 있어 보였다”고 후한 평가를 했다.
퍼스트 레이디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있는 듯 없는 듯한 그림자 내조형에서부터 남편 못지 않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치적 동반자형까지 다양하다.
미국의 경우 가장 철저하게 그림자로 남았던 근세의 퍼스트 레이디는 베스 트루먼여사.
“대중 앞에서 여성이 할 일은 남편 옆에 조용히 앉아 모자를 제대로 쓰고 있는 지 확인하는 것”이라는 지론을 가진 그는 가장 조용히 지낸 덕분에 가장 행복한 백악관 생활을 한 퍼스트 레이디로 꼽힌다.
남편 못지 않게 활달한 정치 역량을 발휘한 ‘동반자형’으로 대표적인 인물들은 엘레노어 루즈벨트 여사와 지금 상원의원인 힐러리 클린턴 여사. 제클린 케네디여사는 정치와는 무관하게 백악관이라는 무대를 가장 즐긴 ‘스타형’으로 꼽힌다.
고려대 함성득 교수의 ‘영부인론’에 의하면 한국의 퍼스트 레이디는 유형별로 비서형(프란체스카 여사)에서 동반자형(이희호 여사)으로 차츰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육영수여사는 전통적 부덕함을 지킨 ‘조언형’, 활발한 활동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 이순자 여사는 ‘행동형’으로 분류된다.
여성에 대한 사회 인식이 변하고 역할이 바뀌면서 퍼스트 레이디에 대한 기대도 바뀌고 있다. 너무 나서도, 너무 조용해도 도마 위에 오르는 어려운 자리가 되었다. 한국의 새 퍼스트 레이디가 시대에 맞는 역할을 잘 해내기를 기대한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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