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스러운 잔치에 초대받았을 때는 최소한 단정한 용모와 의상을 갖추고 참석하는 것이 예의다. 어느 결혼식 피로연 테이블에서 본 한 여인의 흐트러진 머리에 허름한 옷차림은 보기에도 초라하다. "귀찮아서 집에서 입던 채로 나왔어요. 나이를 먹으니 모든 것이 시들하고 가꾸기도 싫어요"라는 투다. 그 여인의 삶의 목표는 어디에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매만지고 가꾼 용모는 보기에도 깔끔하고 젊어 보일 뿐만 아니라 보는 이에게도 신선함을 주리라.
피로연이 진행되고 가족 소개로 이어질 무렵 손님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 주위 테이블은 텅텅 비고 우리 부부만이 남아있었다. 손님으로 참석하였으면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예의일 것을.
어느 날 친구 집에 저녁 초대를 받아갔다. 집 앞 길가에 웅장한 나무가 터널을 이룬 것이 이채로워 바라보고 있을 때 60대 가량의 미국 여인이 산책을 나와 거닐고 있었다. 끌고 나온 개가 볼일을 보자 주인은 미리 준비하여 들고 나온 비닐장갑 손으로 그것을 주어 봉투에 담아 가지고 돌아섰다. 저토록 공중 도덕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 곳에나 담배꽁초를 거리낌없이 버리는 사람도 있다.
미국 사람들은 남의 나이를 묻지 않는다. 상대방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생활신조인 것 같다. 지금은 타계한 TV 채널 9의 앵커 제리는 밝고 카랑카랑 한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줬다. 머리가 하얗게 희어 나이 들어 보였지만 가까운 동료 누구도 그 사람이 몇 살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우리는 왜 그렇게도 남의 신상에 대하여 궁금한 게 많은지. 지금 몇 살이냐, 직업은 무엇이냐, 심지어 학교는 어디를 나왔느냐 까지.
운동을 하면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기분 좋게 운동하러 나가서 상대가 던지는 불편한 말 한 마디가 찬물을 끼얹는 경우를 가끔 겪게 된다. 퍼팅을 잘 하는 모습을 보고 "죽지 않아서 그렇지 완전히 귀신이네", 색상 맞추어 입고 나간 옷매무새를 보고 "노인이 웬 멋을 그렇게 부렸어요" "할망구가 잘도 치네" 등등.
미국 사람들과 처음 만나 운동을 할 때는 정중한 인사와 깨끗한 플레이, 엄격한 매너를 지키는 것이 존경스럽다. 참 잘 친다고 칭찬도 아끼지 않고 모든 것을 편안하게 배려해 준다. 미국 땅에 살고 있는 우리도 이 나라 사람들의 좋은 점을 본 받아 우리 것으로 하고 살면 얼마나 좋겠는가
박 안젤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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