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개월 새에 3개 한인은행에서 대출 해주겠다고 사무실까지 찾아왔지만 거절했습니다. 자금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만 확보해놓는다고 좋은 게 아니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금리가 떨어진들 뭐합니까? 우량 업체들은 살맛 나겠지만 저희같이 신용도 별로 좋지 않고 소규모로 사업 하는 업체들은 저금리 효과가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은 업체들의 체감온도는 이처럼 하늘과 땅 차이다. 사상 최저금리가 업체들의 자금조달에 숨통을 틀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한인업계에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심화하고 있다.
■자금조달 비용차이 심화
신용도가 좋은 우량업체들은 저금리시대를 맞아 돈을 쓰라는 금융기관의 유혹(?)을 뿌리치기에 바쁠 정도. 이들 업체들은 특히 9.11테러 이전 지속적으로 이어지던 고금리 조달 자금을 저금리로 전환, 수지개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반면 신용이 좋지 않거나 규모가 작은 업체들에게는 저금리가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하다.
사상 초저금리라지만 이들 업체들은 예전과 별 차이를 느끼기 힘든 고금리 부담을 요구받고 있다. 한인은행의 관계자는 "확실한 담보나 신용이 좋지 않으면 부실 위험 때문에 은행들이 자금지원을 꺼리고 있다"며 "이들 업체들은 설사 자금을 조달 받는다 해도 시중금리 수준보다 훨씬 높은 조달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인은행들의 경우 우량 업체들에게는 연이율 4∼5%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에게는 10∼15%의 높은 비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규모 업자에겐 ‘그림의 떡’
"은행보다 많은 이자를 주더라도 사채시장이나 친지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합니다." 의류 도매업소를 운영하는 C사 김(49)모씨의 말
이다. 지난달 매장 신설 등 이유로 10만 달러를 은행에서 융자받으려 했으나 거절돼 결국 김 사장은 아는 사람에 통사정을 해 겨우 해결했다.
은행들은 규모가 작고 신용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선뜻 자금을 빌려주지 않는 형편이다. 이들에게는 어려울수록 투자하라는 격언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자금난에 허덕이다 지난달까지 운영하던 델리 가게의 문을 닫아야 했던 한 업주는 "저금리시대라는 얘기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 오히려 9.11사건 이전보다 돈 구하기가 더 힘든 상황"이라며 "저금리 기조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노열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