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한국일보 오피니언 란에서 “기도할 때가 됐습니다”란 제목의 글을 읽고 나도 모르게 “맞습니다. 기도할 때가 됐습니다”하고 무릎을 쳤다.
내가 맞장구를 친 이유는 그 글이 내세운 근거와는 다르다. 그 글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 머지않아 내리막길로 굴러 떨어지리라는 석학들의 예언을 뒤엎고 미국은 지금 한창 탄탄대로로 행진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유럽인들에 비하여 근면하며 미국인들의 삶 속에는 다른 나라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하나님 변수(God Factor)’가 큰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의 경제 정치 사태를 건너다보며 “한국을 위해 모두가 기도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애국심 어린 충고로 끝을 맺고 있다.
미국인들의 근면성에 대하여는 통계가 말하고 있으니 반박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미국이 누리는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인 번영이 ‘하나님 변수’ 때문에 이루어졌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우선 미국에게 전대 미문의 역사적 번영기를 열어준 세계화란 무엇인가 생각해보자. 세계 방방곡곡에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세계화의 씨앗은 이미 19세기의 제국주의가 오대양 육대주가 좁아라하고 돌아다니며 뿌려놓은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제국주의 군대가 침공해 들어가는 땅에는 ‘하늘나라’를 약속하며 기독교 선교사부대가 뒤따랐다. ‘문명화’라는 기치는 기실 ‘서구화’를 의미했고 서구화는 ‘기독교화’를 동반했다. 그들은 200년 이상 다듬은 상업술을 발휘, 세계 방방곡곡에서 불공평한 계약을 얻어냈고 때로는 무력으로 위협하여 공업 원료를 공급하는 식민지를 세운 것도 역사적 사실이다.
미국에게 미증유의 부를 안겨주는 세계화란 무엇인가. 온 세계를 시장판으로 만들어 물건을 팔아 맘껏 돈 벌자는 주장이 아닌가. 문제는 권투처럼 헤비급이니 라이트급이니 등급을 지어 싸움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아무나 마구 같은 링에 올려놓은 게임을 보는 듯 하다. 이것은 분명 약자인 과부나 고아, 이방지역에서 온 떠돌이를 우대하라는 성경의 가르침하고는 다르지 아니한가.
본-어게인 체험을 자랑하고 백악관에서 정기적으로 성경공부 하고 기도회로 하루의 업무를 본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뜻을 따른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정녕 기도할 때가 왔다. 그러나 한국이나 미국을 위한 기도보다 먼저 예수를 믿는다는 우리 자신들이 제 정신을 차리기 위해 기도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김상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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