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출장과 휴가를 겸해 한국을 다녀왔다. 13년만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던 재작년만 해도 너무도 변한 한국의 모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이번엔 사람들의 표정과 사소한 행동까지도 유심히 살펴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88 서울 올림픽’ 이후 한국이 본격적인 선진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번 여름에서야 이를 깨닫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도 큰 소득이었다.
특히 한국인들의 질서의식은 보기만 해도 놀라웠다. 지난해 월드컵 경기 직후 쏟아진 외국 언론들의 찬사는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지하철 계단은 오르내리는 방향이 구분되어 질서 있게 움직였고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노약자·장애인 좌석이 비어있더라도 젊은이들이 앉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일반석에 앉더라도 어른들이 오면 망설임 없이 자리를 양보했다. 또 건널목에서는 달려오는 자동차가 없어도 푸른 신호등이 켜질 때까지 길을 건너지 않았다. 무질서할 것으로 예상했던 자동차 운전자들도 법규를 준수했고 지하철과 버스는 물론 뒹구는 휴지 하나 없는 도로도 그렇게 깨끗할 수가 없었다.
한국을 자주 방문하거나 이민 온지 얼마 안된 사람들이라면 `뭐 그런 것이 그리 대단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잠시나마 이러한 한국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새삼 뉴요커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뉴요커들은 재빨리 눈치봐서 빨간 신호등에 건널목을 건너기 일쑤다. 또 교통표지판 무시하고도 뻔뻔히 달리는 자동차, 길거리에 널린 휴지와 악취, 남을 앞지르려는 급한 행동 등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인의 질서의식은 선진국 수준 그 이상이었다.
때로 한국에서 가난했던 시절을 겪고 이민온 1세들 가운데는 마치 `한국은 아직도 개발도상국 수준의 미개한 국가, 가난하고 예의 없는 국민들이 모여 사는 곳’인 듯 부끄럽게 얘기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지나친 사대주의 의식을 갖고 사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러한 한인에게는 앞으로 한민족의 자부심과 긍지를 더욱 크고 강하게 갖고 살길 당부하고 싶다. 또 소수민족이라고 미국에서 기죽고 움츠러들 이유가 하나도 없다. 다른 것은 몰라도 최소한 한국인들의 질서의식은 세계 어느 국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 수준이며 미국 땅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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