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확실한 것은 인간은 죽는다는 것과 세금은 내야 한다는 것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가주에서는 확실한 것이 하나 더 있다. “히스패닉 인구는 항상 늘어난다”는 명제다.
최근 실시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크루즈 부스타맨테 부지사가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주지사 후보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놀드는 전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수퍼스타다. 반면 부스타맨테는 작년 11월 부지사 선거 당일까지도 그 이름을 아는 가주민이 전체 유권자의 59%에 불과했다. 자기 재산만 수억 달러에 달하는 아놀드에 비하면 연봉 10만 달러 남짓 받는 그는 거지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오차 범위내기는 하나 오히려 부스타맨테가 아놀드를 앞섰다. 왜 일까. 답은 날로 증가하는 히스패닉 유권자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현재 가주민의 1/3은 라티노다. 이들은 불법체류자가 많고 투표율이 낮아 10년 전만 해도 정치권의 관심밖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라티노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주 하원의장을 2명이나 배출했다. LA 시의회도 시 의장을 비롯 15명의 시의원 중 4명이 히스패닉이다. 지난 번 LA시장 선거에서는 거의 라티노 시장이 나올 뻔했다.
한인 사회의 정치 참여 의식을 바꿔 놓는데 1992년 4·29 폭동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면 라티노의 정치적 무관심을 깨는데는 1994년 불법체류자의 사회 복지 혜택을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한 프로포지션 187이 기폭제가 됐다.
피트 윌슨 당시 주지사는 반 이민 감정을 부추겨 가까스로 재선에는 성공했지만 그 후 가주 공화당은 주요 선거에서 판판이 지는 비싼 대가를 치렀다. 그 주원인이 라티노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탓으로 봐도 큰 잘못은 없다.
부스타맨테 부지사가 두각을 나타낸 것도 프로포지션 187반대에 앞장서면서부터다. 이 문제를 놓고 그레이 데이비스와도 다퉈 사무실이 복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말도 하지 않고 지내는 사이다.
부스타맨테는 색깔이 없는 정치인으로 불린다. 3배로 뛴 자동차세를 낮추는 대신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늘려 예산 적자를 메우겠다는 것 이외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멕시코에서 건너온 농장 노동자를 할아버지로 중가주에서 자란 그는 원래 푸주간 점원 훈련을 받았다.
그러다 동네에 정치인이 찾아오면 앞장서 안내를 하다 정계와 인연을 맺게 됐다. 1996년 주 하원의장을 지내고 2년 후 120년 만에 첫 라티노 부지사에 당선되는데 성공했다.
아직까지 그의 당선을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데이비스 지지율이 계속 내려가고 공화당 표가 아놀드와 사이먼, 유버로스, 맥클린턱으로 갈라지면 가주 첫 라티노 주지사가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래저래 이번 소환 투표는 재미있게 돼 가고 있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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