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주인공 조조는 상당히 개혁 지향적 인물이었던 것 같다. 인재등용 방식만 해도 그렇다. 가문은 물론이고 내 편, 네 편도 따지지 않았다. 오직 능력만 보고 사람을 기용했다.
때문인지 조조의 주변에는 항상 A급 인사들이 몰려들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인재의 풀이 차고 넘쳤다고 할까. 그러니 자리 보전에 급급해 아부나 일삼던 자들은 자연 도태됐다.
개혁의 패기에 넘친 당대의 영걸다운 모습이다.
그런 조조가 꽤 나이가 들었을 때, 그러니까 어지간히 지위가 높아졌을 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뻔한 아첨의 말인 줄 알지만 아부하는 자가 그리 밉지만은 않더라는 거다.
천하의 조조도 아부의 그 교묘한 언사에 결국 놀아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아부아첨은 정권을 무너뜨리는 씨앗이 될 수 있다. 한비가 일찍이 한 지적이다.
그는 자신의 명저 ‘한비자’에서 나라를 다스리는데 장해가 되는 다섯 가지 요점을 열거했다.
그 중 하나가 ‘신폐기주’(臣閉其主)로, 아부아첨에 군주가 눈이 가리게 되면 그런 정권은 위태롭다고 했다.
한비가 지적하고자 하는 건 단순히 ‘신폐기주’하는 무리만이 아니다. 그런 아첨배들을 등용한 지도자의 자질도 문제라는 게 그가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다.
그러므로 군주는 사람의 됨됨이를 꿰뚫어보는 혜안을 갖추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태풍 속 뮤지컬 관람 시비 파문이 엉뚱한 방향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태풍 속의 노 대통령과 비교가 된 클린턴 전 미대통령 측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파문의 발단은 최낙정 해양수산부 장관의 발언이다. 노 대통령의 태풍 속 뮤지컬 관람을 옹호하는데 열을 올리면서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도 허리케인이 북상하는 가운데 골프를 쳤지만 아무도 문제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그 발언의 요지였던 것.
뒤늦게 이 발언에 접한 클린턴 측은 미치지 않고서야 허리케인 와중에 골프를 칠 대통령이 어디 있겠는가라는 반문과 함께 그런 발언은 중대한 명예훼손이라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한 마디로 거짓 사례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파문이 엉뚱한 방향으로 확대되자 최 장관 측은 폭우를 태풍으로 착각했다며 해명에 나섰다.
클린턴 측은 그렇지만 대통령의 이름이 한국에서 불미스런 일로 거론됐다는데 극히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는 거다. 따라서 상황은 소송사태로 번질 수도 있는 게 일부의 관측이다.
아부아첨은 군주의 눈을 가리는 건 물론이고 국제적 망신도 불러온다. ‘한비자’의 내용을 수정해야 할 판이다.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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