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년 동안 친아들처럼 대해주신 삼성에….
어두운 얼굴로 준비해온 원고를 차분히 읽어내려가던 이승엽은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순간 십수명의 내외신 사진기자에게 둘러싸여 일대 혼란이 빚어졌지만 그는 한참 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무엇이 국민타자를 눈물짓게 한 것일까.
오랫동안 몸담은 삼성을 떠나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입단 당시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한결같이 그를 돌봐준 정성을 애써 뿌리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이승엽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삼성구단은 지금의 내가 있는데 정말 큰 힘이 돼줬다. 혹시라도 내가 일본으로 가게 돼 구단 관계자분들이 피해를 보시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승엽의 눈물 속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어 있었다. 이승엽은 지난 11월 말 메이저리그행이 무산된 이후 보름여 동안 삼성과 일본 사이에서 갈등하며 불면의 밤을 보냈다. 꿈을 좇는 의지는 확고했지만 주변 상황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국민타자’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 때문에 데뷔 이후 처음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정상에 선 자만의 고독이었다.
더 큰 고통은 그동안 고락을 함께한 가족들과도 의견이 엇갈린 데 있었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내,아버지와 한마음이 될 수 없다는 것은 그에게 말할 수 없는 아픔을 줬다. 이승엽은 “너무 힘든 나머지 아버지와 아내에게 큰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나보다 더 아파했을 사람들에게 정말 큰 상처를 줬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의 눈물이 나약함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었다. 이승엽은 이내 “일본행이 두렵지는 않다. 충실히 준비해서 반드시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드러내 듬직한 ‘국민타자’로 되돌아왔다.
스포츠투데이/정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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