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세계 180여 인종이 살고 있는 다문화 국가다. 때문에 인종간 문화를 잘 모르면 문제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미국 속의 한인사회, 한국인으로서 별 문제 없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뭐니 뭐니해도 우리 문화를 남에게 알리고 타민족에게 전수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미국 속에서 당당한 한인으로서 살아가기가 어렵다.
우리의 고유문화를 알리는 일은 여러 단체나 커뮤니티 차원에서 다양하게 맡아 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를 전수하는 것은 꼭 이런 곳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개인이 하고 있는 모든 봉사나 적은 활동들도 바로 문화전수요, 문화를 심는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 개개인은 모두 문화사절이요, 대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롱아일랜드 햄스테드
소재 잭슨 메인스쿨의 교사인 한인 이소영(45. 롱아일랜드 거주)씨는 이런 문화사절의 대표적인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한국을 알리기 위해 지난 25년간 쉬지 않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면서 무엇이든 일을 만들어 해왔다. 이씨는 한국어는 물론, 영어, 스페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정도로 탁월한 언어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성격도 매우 밝고 쾌활하며 노래솜씨와 지도력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갖추고 있고 활동력도 왕성해 이 시대 문화사절로 전혀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게다가 1980년도 미스 뉴욕 선발대회에서 ‘선’의 영예를 안았던 미인이기도 하다.
이씨의 문화활동은 우선 대표적으로 지난달 플러싱 공립도서관이 개최한 뉴 아메리칸 프로젝트에서 다인종 합창단으로 하여금 한국노래를 부르게 해 외국인 청중들에게 한국문화에 담긴 얼과 정서를 맛보게 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날 프로그램에서 이씨는 외국인들에게 평소 가르친 애국가에서부터 보리밭, 가시밭의 흰 백합화 등 한국가곡 외에 스승의 은혜, 아리
랑, 까치 까치 설날 등 동요와 민요, 성가 등 15곡을 골고루 소개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씨는 젊었을 때도 이미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세계 태권도 연맹 주최 태권도 대회와 재학했던 퀸즈 칼리지에 한국의 농구 선수들이 와서 경기할 때, 100년 역사의 동물애호그룹 Bide A wee가 가진 연례 동물추도식에서 애국가와 미국가를 불러 문화사절 역할을 톡톡히 한 바 있다.
그는 가르치는 것도 잘해 퀸즈 칼리지 재학중에 존 바운 고교의 보조교
사로 발탁됐으며 졸업과 동시 맨하탄의 명문 사립초등학교 윌든에서 보조교사로 2년간 일을 했다.
이어 인근 공립학교 지도교사로도 발탁돼 갈 만큼 지도 능력과 재질을 인정을 받았다. 이씨의 교육에 대한 관심도는 남달라 교장, 교감 자격증 SAS까지 따놓고 있을 정도다. 결혼 후 첫아들 유진(14)군을 낳고 포레스트에서 살 때는 결혼식 장소였던 미국교회의 요청으로 유치원 원장, 한국계 천사유치원에서도 2년간 교육원장으로 일했다.
둘째아들 대니엘(10)군을 낳고는 3년간 매년 여름 1개월씩 학교에 체류하며 전문 교사 대학원 뱅크 스트릿 칼리지 과정을 마칠 정도로 매사에 극성(?)이다.
이씨가 현재 6년째 재직중인 중학교는 흑인이 주류로 매우 거친 지역이다. 한인교사 한 명이 발령을 받아 이 곳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얼마 못 가서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씨는 자신이 한국인으로서 개척자라 생각, 온갖 어려움을 다 극복해 지금은 자신이 맡은 반을 모범적으로 이끌어 상도 많이 탔다는 것이다.
뉴욕시 의회가 후원하는 교내 읽기 권장 프로그램(PARP)을 이씨는 학부모로 프리포트 학군에서 8년째 해오면서 2년 전에는 소수민족으로 처음 주제연설도 했다 한다.
이씨는 또 이웃을 위한 자원봉사도 줄기차게 해오고 있다. 현재 사는 동네에서도 10년 째 커뮤니티 봉사를 하고 있고 요즘도 1년에 3번씩 낫소 교도소를 방문, 목회자들과 함께 수감자들을 위해, 또 한달에 한번씩 동네 양로원을 찾아 한국노래와 성가 등을 불러준다.
이씨가 이와같이 하는 것은 이미 어려서부터 몸에 밴 것들이었다. 그의 봉사정신과 과외활동은 가정에서부터 익힌 것으로 이민초기 한인사회에서도 발휘됐다. 18세인 78년 미국에 이민와 뉴타운 고교를 다닐 때 뉴욕무역협회에서 파타임으로 한국에서 오는 신문과 책자를 복사해 한국계 지상사에 책을 만들어 보내주었다.
뉴욕한인회에서도 서무로 한국에서 오는 손님을 대접하고 행사시 전화연락, 팩스 발송에 이르기까지 온갖 잡일을 맡아 열심히 봉사했다. 청소년 활동도 열심히 지원했다. 교내에서는 도서관에서 줄곧 봉사하면서 고교를 졸업했고 올 시티 하이 스쿨 합창단원으로 뽑혀 문화예술 사절로 여러 민
족과 문화를 교류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15세 때 부모를 따라 남미 파라과이에 이주해 1년 살고 브라질에서도 1년을 살았다. 다시 파라과이로 돌아가 1년 살다 뉴욕에 먼저 와있던 아버지를 돕기 위해 혼자 미국이민길에 올랐다. 그리고는 봉제공장에서 바느질, 야채가게에서 캐셔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돈을 벌었다. 비행기표를 사서 남미에 있는 어머니와 동생을 데려올 정도로 이씨는 어릴 때부터
생활력이 강하고 매사를 적극적으로 살아온 억척스런 여성이다.
남미에서도 낮에는 바느질, 저녁에는 그 나라 말을 배우기 위해 공부하러 갔다 밤 10시가 돼야 귀가할 만큼 열심이었다. 뉴욕에 와서도 쉬지 않고 돈을 벌면서 퀸즈칼리지에 입학했다. ESL과정을 들으면서 영어를 1년간 익히고 의과에 진학하기 위해 3년간 이공계통의 공부를 했다.
당시 실험실에서 일하면서 동네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부모들이 아이들을 계속 맡기는 바람에 그 때부터 과외를 만 20년이나 하게 됐다고 한다. 이것이 계기가 돼 모두 교사직을 권유, 결국 이씨는 졸업반 때 전공을 교육학으로 바꾸고 부전공으로 수학을 공부했다.
이때부터 그의 인생은 자원봉사와 교육, 문화, 노래가 어우러지는 전기를 맞이한다. 87년에 쿠바계 미국인 거스 세르레도(50. 컴퓨터 컨설턴트)씨를 만나 결혼, 포레스트에 둥지를 틀었다. 남편과 결혼하기 전 이씨는 남편이 출장간 스페인에서 6개월 살 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일요일마다 한국교회를 찾아가 성가대에서 한국말로 노래와 예배내용을 써 남편에게 주어 한국문화에 익숙하도록 만들었다. 가정과 일터, 속한 커뮤니티에서 이씨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원봉사, 문화, 교육활동들을 쉬지 않고 극성스레 펼쳐왔다.
이런 그의 활동들은 아버지에게서 이미 어릴 때부터 물려 받았다. 아버지가 가사를 쓰고 자신이 지은 곡 ‘뉴욕의 아침에 태양이 뜨고 햇볕이 지네’를 기타치며 청소년 노래대회에 나갈 정도로 부친으로부터 문화교육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할머니에게서도 신앙교육을 많이 받아 모국에 대한 뿌리와 얼, 문화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일찌기 깨달았다.
더군다나 어려서 남미 이민길에 올라 타민족과 문화차이를 겪으며 고생을 많이 한 것이 그에게는 오히려 커다란 힘이 되었다고 한다.지금도 이씨는 인종을 초월해 한국교회와 미국교회를 돌며 노래로 인종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매월 한차례씩 한국노래를 타인종에게 가르치고 있는데 모두들 좋아하고 열심히 동참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에도 미국뉴욕장로교회가 보낸 평화사절단의 일원으로 이씨는 헝가리, 체코, 비엔나, 오스트리아 등의 개혁교회 대상 유럽순회 기금 모금 공연에 참여, 21일간 합창공연을 하고 온 바 있다.
맡겨진 환경에서 충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의 말처럼 이씨는 교육과 문화, 노래, 그리고 봉사에도 뭐든지 하는 것마다 열성적으로 살아왔다. 합창연습에도 얼마나 열심인지 이제는 가족들도 나서 남편은 솔로, 아이들은 악기로 합류하고 나설 정도가 되었다.
이씨는 한때 지하철에서 흑인으로부터 봉변을 당해 얼굴에 칼을 맞고 쓰러져 있던 적이 있다. 이때 다른 흑인이 도와줘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문화의 단절이 얼마나 심각한 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든 격차를 줄이는데는 문화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봉사란 멀리, 그리고 꼭 큰 것만이 아닙니다. 이씨는 주어진 환경에서 기도를 통해 최선을 다해 실천하는 것을 삶의 철학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비록 적은 것이라도 자신이 사회에 밀알이 되는 심정으로 봉사하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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