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나리오. 석유가 고갈되면서 너나할 것 없이 석탄에 의존하게 된다. 석탄을 때자 온난화로 지구는 살기에 적합지 않은 곳으로 변한다. 인류의 멸종을 의미한다.
최상의 시나리오. 천연개스에 눈을 돌려 부족분을 메운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석유 사용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 18세기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는 석유 소비량으로 따지자면 현재 세계 인구의 5%만이 살 수 있는 상태이다. 95%는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치솟는 개스 값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바로 이 시점에 칼텍 물리학 교수인 데이빗 굿스타인의 신작 ‘Out of Gas: The End of the Age of Oil’이 내놓은 섬뜩한 경고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해도 도저히 보조를 맞출 수 없다.
굿스타인 교수는 지구가 품고 있는 약 2조배럴의 매장량은 아무리 늦어도 2020년 그 절반이 소모될 것이고 이를 전환점으로 해 매장량이 급속히 줄어 10년 내 말라버릴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여유 있게 잡아도 금세기를 마지막으로 석유와는 아쉬운 작별을 고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석유는 고대사회에서 변비약 등 약제로 쓰였다.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군이 아테네에 퍼부은 불화살도 석유로 지핀 것이다. 그 이후 별 인기가 없다 1859년 뉴욕·뉴헤이븐 철도의 차장으로 일한 에드윈 드레이크가 타이터스빌 근처에서 처음으로 땅을 파 석유를 캐냈다. 1861년 독일 사업가 니콜라스 오토가 개솔린 엔진을 개발하면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유전개발 붐이 일어 이후 세계에서 5만개의 유전이 개발됐다.
미국이 하루 2,000만배럴을 소비한다고 하니 석유 없는 세상은 ‘앙꼬 없는 찐빵’보다 더 뻑뻑할 게 틀림없다. 천연개스로 연명한다지만 재생산이 불가능해 몇 세대 지나면 소진된다. 결국 기댈 데라곤 태양열과 핵에너지밖에 없다고 한다.
핵에너지는 금세기 후반께로 넘어가면 1만개를 건설해야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이틀에 한 개씩 세워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이니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는가. 태양열은 무궁무진하지만 개스 값의 25배이니 당장은 경제성에서 밀린다.
암울한 전망이다. 석유에 의존하는 사회 경제 하부구조는 단기간에 바꿀 수 없으므로 오일쇼크가 닥치면 수습불가 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갤런당 2달러가 넘는 개스 값에 투덜대며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자세는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게 굿스타인 교수의 진단이다. 석유 없는 세상에 대한 준비에 소홀하게 된다는 것이다. 널뛰기 개스 값에 일희일비하는 우리에게 던지는 충고이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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