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트라이아노스 델라스(아래 왼쪽)가 연장 전반 종료직전 천금같은 헤딩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프랑스이어 체코까지 격침… 포르투갈과 4일 격돌
유럽축구 챔피언십
개막전이 결승전의 예고편이었을 줄 누가 알았으랴.
2004 유럽축구챔피언십(유로 2004) 개막전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축구변방 그리스의 반란은 ‘찻잔 속의 돌풍’이 아니었다. 라트비아와 함께 이번 대회 최약체 후보로 꼽혔던 그리스가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던 강호 프랑스에 이어 체코까지 연파하고 결승에 오르는 연타석 대 파란을 연출해냈다. 대회 개막전에서 개최국 포르투갈을 2-1로 제압하며 돌풍의 시동을 걸었던 그리스는 1일 벌어진 준결승에서 연장 전반 실버골로 동구의 강호 체코를 1-0으로 따돌리고 사상 처음으로 국제 메이저대회 결승에 뛰어올라 전날 네덜란드를 제치고 결승에 선착한 포르투갈을 상대로 오는 4일 패권을 걸고 격돌하게 됐다.
비록 8강전에서 최강 프랑스를 침몰시킨 그리스였지만 ‘죽음의 조’를 파죽의 3연승으로 돌파한 뒤 준준결승에서 다크호스 덴마크마저 3-0으로 완파한 막강화력의 체코에게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리스 반란’의 강도는 훨씬 더 강했다.
1일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벌어진 준결승에서 그리스는 체코와 접전끝에 전·후반 90분을 득점없이 비긴 뒤 연장 전반 종료 수초를 남기고 공격에 가담한 중앙수비수 트라이아노스 델라스가 코너킥을 헤딩으로 연결,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려 기적같은 승리를 낚았다. 델라스는 “마지막 코너킥을 얻었을 때 정확히 (연장 전반) 14분36초가 지난 것을 알았다. 지금 끝내야 한다고 속으로 되뇌었는데 (하늘을 쳐다보며) 누군가 내 소원을 듣고 응답해줬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동료 미드필더 스테리오스 지아나코풀로스도 “이건 정말 꿈이다. 깨어나고 싶지 않다”고 감격해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5위로 이번 대회 이전까지 메이저대회에서 결승 진출은커녕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그리스는 이로써 유럽축구 역사상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게됐다.
초반은 체코의 페이스였다. 경기시작 3분만에 토마스 로시츠키의 오른발 논스톱슛이 그리스 골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오는가 하면 3분 뒤에도 위협적인 슈팅을 터뜨리는 등 파상공세로 그리스를 압도했다. 하지만 전반 중반부터 그리스도 측면돌파를 앞세워 체코를 위협하기 시작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로 나섰고 형세는 백중세로 돌아섰다. 전반 40분 유럽 ‘올해의 선수’로 뽑힌 체코의 필드지휘자 파벨 네드베드가 무릎부상으로 교체돼 나가며 체코 진영에는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으나 팽팽한 균형은 깨질 줄 몰랐다. 결국 후반에도 골이 터지지 않아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고 연장 전반 종료직전 코너킥을 얻자 델라스는 재빨리 공격에 가담한 뒤 문전으로 넘어 온 센터링을 체코 수비수 앞으로 가로지르며 절묘한 헤딩슛으로 네트를 갈랐다. 기록상 실버골이었지만 불과 몇 초 뒤 종료휘슬이 울린 만큼 사실상의 골든골이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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