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朝三暮四)란 말이 있다. 아침에 3, 저녁에 4.
이천 몇백년 전 중국에 어떤 사람이 원숭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단다. 그는 가족의 양식까지 퍼다가 먹일 정도로 원숭이를 좋아했다. 그런데 워낙 많은 원숭이를 기르다 보니 먹이를 대는 일이 날로 어려워졌다. 그래서 원숭이에게 주는 먹이를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먹이를 줄이면 원숭이들이 자기를 싫어할 것 같아 우선 원숭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앞으로는 아침에 세개, 저녁에 네개씩 주려고 하는데 어떠냐?” 그러자 원숭이들은 아침에 세개를 먹고는 배가 고파 못 견딘다고 화를 내었다. “그럼 아침에 네개, 저녁에 세개씩 주마” 그러자 원숭이들은 모두 기뻐했다고 한다.
조삼모사나 조사모삼이나 합쳐보면 하루 도토리 일곱개씩으로 같다는 것이고, 그래서 이 말은 눈앞에 당장 나타나는 차이만을 알고 그 결과가 같음을 모르는 것을 비유하거나 간사한 꾀로 사람을 속여 희롱함을 이르기도 한다. 즉 기본적으로는 원숭이들이 무지몽매해서 사람에게 속았다는 것이다.
어떤 복권에 당첨이 되었는데 당첨금은 칠십만달러. 그런데 두 가지 옵션이 있다고 치자. 하나는 지금 삼십만달러를 받고 나머지 사십만달러는 1년 후에. 다른 하나는 지금 사십만달러, 1년 후에 삼십만달러. 원숭이는 어떨지 단언하기 힘들지만, 아마도 첫번째 옵션을 택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십만달러가 1년 후의 그것과 같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도대체 그 일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데에 있다. 불확실성에 관한 얘기다. 복권회사가 망할 수도 있겠고, 만에 하나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지금 살 수도 있는 십만달러짜리 벤츠가 그때 가서 십오만달러가 되면 낭패가 아닌가?
우리는 대체로 미래보다는 현재를, 미심쩍은 것보다는 확실한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돈을 빌려주거나 은행에 가서 예금을 할 때에,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소비를 일정기간 참는 데에 대한 대가, 즉 이자를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대가는 참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늘어나게 되는데, 그래서 이를 화폐의 시간가치라 부르기도 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증대되는 돈의 가치는 지금 소비하는 것의 기회비용이 되는 셈인데, 우리는 이와 같은 돈의 가격, 또는 이자를 잣대로 하여 현재의 소비와 미래의 소비 사이에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소비를 1년 동안 늦추는 대가로 10%를 요구한다고 치자. 그곳에서는 지금 100달러의 1년 후 미래가치가 110달러가 되고, 1년 후 110달러의 현재 가치는 100달러가 된다. 즉 그 사회의 균형 이자율 또는 할인율은 10%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이자율이 기대 대가인 10%보다 높아지게 되면, 사람들이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많이 하게 되므로 자금의 공급이 늘어나 이자율이 떨어지게 되고, 반대의 경우는 이자율이 올라가서, 결국 그 사회의 이자율은 사람들의 기대 수준이 변하지 않는다면 10%에서 균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213)892-9999
박준태
<퍼스트스탠다드은행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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