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들이 사용하는 기름에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이 소비자의 심장질환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연방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이에 따라 업계는 기존의 맛은 유지하되 지방을 빼는 조리법을 고안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연방식품의약국(FDA)이 설정한 영양분석표 부착 규정이 내년 1월부터 실시된다. 포장식품의 지방 함유량이 개당 1그램이 넘으면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업계는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규정을 지키기 위해 미리 손을 쓰고 있다. 과자 ‘오리오’(Oreo)를 만드는 ‘Kraft Foods’는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을 동원해 ‘오리오’의 지방 함유량을 줄이면서 맛을 유지하는 비법 개발에 그동안 3만시간을 투입했다. 16개 생산라인을 통해 100건의 생산시도를 했으며 200가지의 ‘오리오’를 만들어 맛을 시험했다. 소비자의 입맛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건강을 챙겨주기 위해서다. ‘걸스카웃 쿠키’로 유명한 ABC Bakers, Campbell Soup Co. 등 많은 업체들이 ‘팻 프리’(fat-free) 조리법에 온 신경을 쓰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근 보도했다.
‘심장질환 주범’판정, 내년부터 상품에 영양분석 부착해야
경화유, 몸에 나빠도 반복사용 가능하고 악취 막아줘 애용
입맛 유지하려니… 지방 제거하려니… 업계엔 ‘양날의 칼’
생산라인 전면 개조·새 조리법 연구에 자금·인력 집중투자
다양한 ‘씨앗기름’ 개발… 2008년께 경화유 3분의1 대체
“지방 신경 쓴다” 고작 14%… 소비자의 인식 변화 절실
소비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단체들이 ‘팻-프리’ 캠페인에 가세하고 있다. 4,760억달러 규모의 요식업 시장에 파고들어 소비자의 건강을 챙기려고 한다. 맥도널드, 타코 벨 등 패스트푸드 대기업을 건드리고 있다. 뉴욕시는 각 음식점으로 하여금 음식 만들 때 건강을 해치는 기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자발적 권고사항으로 발표했다. 대도시로서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음식이나 식품에 들어 있는 지방은 이를 요리할 때 사용하는 기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소위 수소를 주입해 경화 처리한 기름(경화유)은 식당으로서는 한 번 쓰고 버릴 필요 없이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경비가 절감된다. 또 식품 가공업체로서는 이 경화유가 악취에 강하기 때문에 애용한다. 어머니의 맛깔스러운 음식 맛과 같은 혀에 밴 옛 맛을 내는데도 경화유가 그만이다.
불포화지방(trans fats)은 심장에는 암적인 존재다.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나쁜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인다. 그런데 가공식품과 경화유로 만든 식품이 미국인이 섭취하는 불포화지방의 80%를 차지한다. 경화유로 음식을 만들지 않을 경우 매년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환자 가운데 10만명 정도를 구할 수 있을 것이란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프리토-래이 과자로 유명한 ‘PepsiCo’는 2002년 가을부터 불포화지방 제거 작업에 돌입했다. ‘Doritos’ ‘Tostitos’ ‘Cheetos’ 생산라인을 전면 개조했다. 기존의 맛을 유지하면서 나쁜 기름을 제거하는 것은 아예 새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 순익에서 2,200만 달러를 잘라냈다.
‘Oreo’를 만드는 ‘Kraft Foods’는 제품의 73%를 새 생산라인에서 만든다. 경화유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Oreo’는 아직 완전히 변하지 않았다. 일반 소매점에 나와 있는 것들은 저지방 또는 무설탕으로 하는 정도다. 올해 연말까지는 무지방 ‘Oreo’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식품상인 ‘ConAgra’는 지방 없는 마가린 개발에 성공했다. 그런데 소비자들로부터 별다른 반응이 없다. 회사측은 이러한 무반응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방을 뺀 마가린의 맛이 소비자들에게 거슬리지 않았다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패스트푸드 기업의 대명사인 맥도널드는 거센 압력을 받고 있다. 2002년 프렌치 프라이즈에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을 고려해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해놓고 그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다. 그래서 소송을 당했다. 건강식품 캠페인을 전개하는 단체에 7,500달러, 심장협회에 700만달러를 보상했다. 그리고 프렌치 프라이즈에 불포화지방이 들어 있는 경화유를 쓰고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해야 했다. 버거킹도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체 기름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또 소비자들이 불포화지방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변명했다. 맥도널드가 내년부터 포장지에 영양분석표를 기입하겠다고 했으나 중요한 건 경화유 대신 몸에 좋은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다.
미국인이 1년간 소비하는 식용유 190억파운드 가운데 85%가 콩을 원료로 한다. 그리고 콩기름 가운데 100억파운드는 수소 처리돼 경화유로 둔갑한다. 경화유 대체가 녹록하지 않다는 현실을 말한다. 하지만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물기술전문 회사인 ‘Monsanto’가 대체기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콩 대신 다른 씨앗을 사용하는 방안이다. 물론 유전자 조작은 금물이다. 이 회사는 2008년까지 음식을 튀기는 데 연간 60억파운드나 사용되는 콩기름의 3분의1 정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의식이다. 불포화지방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 음식을 고르고 먹을 때 건강보다는 맛을 우선시 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4%만이 불포화지방이 함유된 음식에 신경을 쓴다고 답했다. 건강한 식품문화는 역시 소비자 개개인의 의식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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