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호주에서는 평생 신문과 잡지 등에 캐리커처를 그려온 만화가의 집에 들어가 자전거를 강탈해 달아났던 도둑이 피해자가 그려낸 삽화 한 장으로 쉽게 붙잡히고 말았다고 호주 언론들이 18일 보도했다.
언론들은 호주의 유명한 시사 만화가인 윌리엄 엘리스 그린(82)이 지난 15일 멜버른 동부 지역 자택에 침입한 도둑에게 자전거를 빼앗겼다고 말하고 그러나 그가 그려낸 범인 얼굴 그림 한 장으로 경찰이 쉽게 도둑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럭비 선수 등 주로 스타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온 그린은 이날 아침 10시쯤 자신의 집 차고에서 마구 욕설을 퍼붓는 소리가 들려 실내복을 입은 채로 나가 보자 한 사내가 차고에서 차를 부술 것처럼 하다 자신을 밀치고는 손자의 빨간 색 10단 변속 자전거를 끌고 달아났다고 말했다.
그린은 사건을 신고하자 경찰이 현장으로 달려와 범인의 인상착의를 설명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자신은 입으로 설명하는 대신 범인의 얼굴을 종이 위에 그려서 건네줬다고 말했다.
그린은 나는 평생 캐리커처만 그려온 사람이라고 강조하면서 범인을 가까이서 보았기 때문에 그의 얼굴 모습을 기억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와 맞닥뜨리는 순간 내 머리 속에는 그의 얼굴이 그대로 찍혀버렸다고 캐리커처를 그리는 만화가의 눈썰미가 어떤 것인지를 부연 설명하면서 자신의 만화 그리는 기술이 그런 식으로 사용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가 순식간에 그려낸 범인의 얼굴 그림을 한 장 들고 탐문 수사를 벌이기 시작한 지 불과 30여 분 만에 범행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 가게에서 올해 34세의 남자를 용의자로 붙잡는 데 성공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아론 로체 형사는 처음에 피해자가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했을 때는 그저 그럴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말하고 그러나 범인을 잡고 보니 그림이 실물과 너무나 닮은 데 놀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로체 형사는 그가 그림을 그리는 데는 불과 3~4초밖에 걸리지 않았다면서 아무래도 강도가 범행 장소를 잘못 물색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련한 만화가의 붓끝에 덜미가 잡힌 이 남자는 주거 침입, 강탈 등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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