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처럼 앳된 얼굴 다리 가느다란 여중생이 유진상가 의복 수선 코너에서 엉덩이에 짝 달라붙게 청바지를 고쳐 입었다 그리고 무릎이 나올 듯 말 듯 교복 치마를 짧게 줄여달란다 그렇다 몸이다 마음은 혼자 싹트지 못한다 몸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해마다 변함없이 아름다운 봄꽃들 피어난다
김광규 ‘이른 봄’전문
봄에는 꼬마 여자애들까지도 자신의 몸매에 자신감이 넘치나보다. 그러니까 그 자신 만만한 몸매에 찰싹 달라붙게 청바지를 고쳐 입고, 무릎이 보일락 말락 치마도 짧게 줄여 입고 봄나들이를 나서는 것이겠지. 몸매를 들어내고 싶은 여심(女心)은 봄이면 봄마다 물이 오르기 시작하는 나무와도 같은 것, 결국은 꽃을 틔우고 마는 춘심(春心)과 합작하는 자연의 이치 때문이겠지. 봄은 가시내의 계절이란 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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