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떠오른 신디 시핸(왼쪽)이 20일 워싱턴 소재 국방부 청사 앞에서 미군과 이라크인 사망자 집계판 등 각종 구호판을 시위자들을 이끌고 행진하고 있다.
이라크, 분열위기 가속·경제 피폐
미, 국론분열·이미지 실추·전비 급등
■ 뉴스 초점
이라크전은 끝났는가.
미국의 군 최고 통수권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3년 5월1일, 이라크에서의 주요 전투가 모두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그해 3월20일 바그다드에 대한 미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라크전이 시작된 지 불과 42일만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라크에서는 총성과 폭발음이 이어지고 있고, 미군의 인명피해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쟁종료 선언에도 불구하고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전쟁이 불러일으킨 총체적 혼돈의 끝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라크의 상황
전쟁발발 이후 1,000여일, 이라크는 인구의 16%를 차지하는 수니파와 60%를 점하고 있는 시아파 사이의 갈등으로 내전을 향해 급속히 치닫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 하에서 소수파의 정치적 지배를 받았던 시아파가 지난 12월 총선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자 기득권을 빼앗긴 후 저항세력으로 변모한 수니파가 심하게 반발하면서 두 집단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유혈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북부지역의 쿠르드족마저 자치권을 확대해 가며 독립을 향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어 이라크는 세 조각으로 갈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이라크는 40%가 넘는 실업률과 20%를 웃도는 인플레로 비틀대고 있고, 저항세력의 방해로 재건작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원유 매장량을 지닌 이라크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라크인의 80%가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개전 이후 3년간 이라크인 사망자는 최소한 5만명에서 최고 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상황
이라크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부시 행정부의 도덕성과 미국의 대외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으며 재정 악화에도 적잖이 힘을 보탰다. 우선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의 구실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WMD)가 발견되지 않아 국가적 신뢰성에 상처를 입은 것은 물론 전통적 우방국들과의 마찰로 국가적 이미지가 망가져 버렸다.
이라크전은 WMD 정보왜곡 논란 외에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누설 사건인 ‘리크 게이트’를 파생시켰고 여기에 딕 체니 부통령과 칼 로브 비서실장 차장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부시 정권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미군의 사망자가 2,000명(20일 현재 2,034명, 부상 1만7,000여명)을 넘어가자 ‘부도덕한 전쟁’에 대한 비난 여론에 힘이 실리면서 가파른 지지율 추락을 기록중인 부시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급속히 상실하고 있다.
전비도 문제다. 지난해 2,000억달러를 넘어선 전비가 올해 18% 늘어날 전망인데다 각종 간접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이라크에 총 1조달러 이상이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에 16만명에 달하는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으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들의 철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져 부시 행정부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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