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등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미국 출국 1주일만인 8일 귀국한 이후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나섰다.
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월요일인 10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에 정상적으로 출근, 경영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정 회장은 이에 앞선 8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그동안의 여느 해외출장때와 마찬가지로 곧바로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로 이동, 경영진들의 보고를 받고 밀린 업무를 보는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벌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이후에도 별다른 행사나 일정이 없으면 본사에 출근,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검찰이 현대차그룹 일부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지난달 26일 이후 이달 2일 출국 때까지는 국내에 있으면서도 자택이나 시내모처에서 경영진의 보고를 받고 회의를 하는 등 회사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었다.
이 처럼 정 회장이 경영활동을 정상적으로 재개한 것은 일단 산적한 그룹 계열사들의 주요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임직원 등의 동요를 추스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당장 현대차그룹은 오는 26일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에서 정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 등 회사와 조지아주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아차 조지아공장 착공식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수사의 여파로 지난 5일 결국 연기했다.
또 현대차의 이달 18일 예정된 중국 제2공장 착공식이나 내달 17일 열릴 계획이던 체코 노세비체 공장 기공식도 지금 상황대로라면 일정 조정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정 회장은 8일 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중국 제2공장 착공식과 이달27일 뉴욕에서 열릴 우드로 윌슨상 시상식은 출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불참이나 일정 조정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기에 지난달 현대차의 대형 상용을 제외한 승용부문 내수 판매 점유율이 작년 9월 이후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지고 해외 판매도 이미지 하락 등에 따른 위축조짐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향후 검찰의 수사가 어떤 결과를 낳더라도 당장은 직접 주요 현안을 챙김으로써 흐트러진 그룹 경영을 조기에 정상화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또 이 같은 모습을 통해 검찰의 수사 착수 이후 상황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한층 침체돼온 임직원들의 분위기를 되돌리려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 회장은 임원들에게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매진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정 회장의 이 같은 모습에 이번 수사와 관련해 대내외적으로 자신을 비롯한 최고위층의 ‘결백’을 내비치려는 복선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이 8일 입국하면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검찰 조사에 언제든지 응할 것비자금 조성은 모른다 김재록씨는 오다 가다 악수나 할 정도인 것 같다는 등의발언을 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 밖에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발언과 모습 등을 놓고 그가 이번 수사에 대한심정을 굳히고 향후 잘못한 것은 책임지는 ‘떳떳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신의 위상과 그룹의 경영을 조속히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은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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