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하면 쉽게 연상되는 것은 ‘뽀빠이’이다. 어린 시절 야채를 싫어하다가도 뽀빠이 만화를 보다 보면 시금치를 먹게 되던 기억이 대부분 중년층들에게 있다.
뽀빠이는 미국의 만화가 엘지 시가가 1929년 그리기 시작한 만화책 ‘팀블 극장’의 한 등장인물이다. 처음에는 여주인공인 올리브 일행이 해외 여행을 떠나느라 고용한 일개 선원에 불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야기의 초점이 그에게 쏠리면서 뽀빠이가 올리브의 연인이자 만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만화에서, 버들처럼 하늘하늘한 올리브는 툭하면 위기에 처한다. 그때마다 올리브는 “도와줘요, 뽀빠이!”를 외치고 뽀빠이는 순식간에 달려오지만 처음에는 악당에게 실컷 두들겨 맞기 일수이다. 그래서 만화를 보는 아이들이 손에 땀을 쥐고 긴장할 때면 뽀빠이는 돌연 시금치 통조림을 한통 꺼내 입에 털어 넣으면서 기운이 펄펄 난다. 마술 같은 괴력으로 덩치 큰 악당을 단숨에 때려눕히고 사랑하는 연인을 구해내는 내용으로 만화는 끝난다.
이야기는 정말 만화 같은 내용이지만 이 만화가 한가지 확실히 공헌을 한 것이 있다. ‘시금치는 몸에 좋다’는 인식을 전 세계 동심에 심어준 것이다. 만화가 한창 인기를 끌던 1930년대 미국내 시금치 소비량은 이전보다 33%나 증가했다고 한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시금치는 예로부터 상당히 대접을 받아온 채소이다. 시금치는 지금의 이란 일대가 원산지이다. 2,000년전 그리스 로마문명 시대부터 페르샤에서 재배를 시작했는데 아랍인들은 이를 ‘채소의 왕자’로 부르며 귀하게 여겼다.
이어 서기 647년 시금치는 네팔을 거쳐 중국에 전해졌는데, 중국에서 역시‘페르샤의 식물’로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았다. 한국에는 중국을 통해 전래되어 조선 초기부터 시금치가 재배된 것으로 여겨진다.
시금치는 또 1100년 스페인으로 전해지고, 이후 몇백년 동안 전 유럽에 보급된 후 식민지 개척에 나선 유럽인들의 손에 들려 아메리카 대륙에까지 도달했다. 1806년 미국 종자 캐털로그에 시금치가 인기 채소로 실려있는 것을 보면 당시 상당히 널리 보급되었던 것 같다.
칼슘과 철분, 비타민A와 C가 풍부한 시금치는 1920년대 미국의 정부차원에서 적극 섭취를 권장했는데 ‘뽀빠이’가 등장하면서 소비가 저절로 늘어났다.
수천년 채소중의 채소로 대접받던 시금치가 요즘 애물단지가 되었다. 샐러드 용 시금치를 먹고 E콜라이 병균에 감염된 환자가 11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시금치 비상’이 걸렸다. 가축들의 배설물에 섞여있는 E 콜라이균이 어떻게 시금치에 옮겨졌는지 아직 감염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모든 비상사태는 억울한 피해자들을 만드는 법. 이번 사태로 시금치 재배 농부들의 피해가 막심하다. 당분간 시금치 수요가 없고, 오래 저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농부들은 다 자란 시금치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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