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길고 깊은 골절의 와중 뼈 부러진 아내를 위해 우족을 씻고 있는 남자의 물 묻은 손등 위 뼈 부러진 아내를 위해 젖은 홍화씨를 볶고 있는 남자의 구부정한 어깨 위 뜨거운 솥 안에서 하염없이 휘둘리고 있는 나무주걱의 자루 끝
이향지(1942~) ‘내 사랑은’ 전문
우족을 씻는 남편의 손등, 홍화씨를 볶는 남편의 구부정한 어깨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에서 연민이 가득하게 느껴진다. 어느 틈에 늙어버린 남편을 확인하는 일이란 제법 쓸쓸한 일이기 때문이다. ‘저 남자 혼자 남겨진다면?’ 하는 생각도 물론 했으리라. 몇 십 년 함께 사는 동안에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사랑’이라는 낱말을 ‘길고 깊은 골절의 와중’에서 조용히 떠올렸음직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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