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대통령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대통령 남편의 호칭부터가 미국에서는 처음이다. 대통령 부인은 퍼스트레이디다. 그럼 대통령 남편은 퍼스트 젠틀맨? 듣기가 어색하다. 더구나 빌 클린턴은 전직 대통령이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을 지낸 사람은 공식 행사에서 ‘전 대통령’으로 부르지 않고 ‘대통령’으로 부른다. 따라서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이 함께 행사에 참석하면 두 사람 모두 ‘대통령’으로 불리는 희한한 장면이 벌어지게 된다.
힐러리는 대통령이 될 능력이 있는 정치인인가. 적어도 지금의 부시보다는 나을 것이다. 힐러리는 예일대를 졸업한 후 변호사, 대학교수, 주지사 부인, 퍼스트레이디를 거친 최고의 지성인이다. 남편인 빌 클린턴과 함께 두 번이나 대통령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고 자신의 상원의원 선거도 승리로 이끈 쟁쟁한 경력을 갖추고 있다. 상원의원도 보통 상원의원이 아니다. 뉴욕주 2선 상원의원이다. 선거의 달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선 가능성이 확실한가. 그것이 좀 문제다. 힐러리가 인기 있는 정치인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승리한다는 것과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미국민이 역사상 처음인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킬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인기만으로는 부족하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투표소로 연결된다. 여성 국회의장에 여성 대통령이라. 미국이 여성천하로 변하는 것에 극우 보수 세력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NRA(전국총기협회)는 힐러리를 극도로 싫어한다.
제일 문제는 여성 유권자들이다. 이상하게도 대선에서는 여성들이 여성후보를 적극 밀지를 않는다. 80년대 민주당의 먼데일-페라로팀의 참패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만약 내년 대선에서 미국 여성들이 일치단결하여 힐러리를 밀어준다면 그의 당선은 거의 틀림없다 해도 지나친 추측이 아니다. 여성 표만 다 모을 수 있다면야 말해서 무엇하랴.
수퍼스타인 빌 클린턴은 힐러리에게 유리한 요소인가, 불리한 요소인가. 지금까지 빌 클린턴이 연설한 후 힐러리가 이어 연설하면 힐러리가 빛을 잃어온 것이 사실이다. 빌 클린턴의 재치 있는 스피치를 힐러리가 따라잡을 수 없다. 빌 클린턴이 도움이 되기는커녕 남편이 햇빛이 되고 힐러리가 달빛이 되는 역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힐러리가 당선되면 백악관에 처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세 번째 들어가는 셈이다. 부시 가문에서 지난 16년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해 왔는데 이번에는 클린턴 부부가 12년을 재임한다면 부시와 클린턴 집안에서 백악관을 28년이나 차지하는 셈이 된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지루하다는 비판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공화당 정부가 워낙 인심을 잃었기 때문에 민주당 여성 후보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게다가 선거에서는 자금동원이 제일 큰 숙제인데 힐러리는 선거기금 모금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남편의 대통령 선거와 자신의 상원의원 선거에서 얻은 경험이 큰 재산이 되어 어느 후보보다 자금에서 넉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힐러리가 승리하려면 건너야 할 강이 여러 개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clee@koreatimes.com
<이 철>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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