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우먼’정혜령씨가 스시를 준비하고 있다. <진천규 기자>
“그녀의 스시는 예뻤다”
그녀는 스시맨, 아니 스시우먼이다.
8개월전 할리웃 바인과 멜로즈 인근에 문을 연 한국 회전식초밥 브랜드인 ‘스시히로바’의 셰프 정혜령(27)씨는 ‘스시맨=남성’이란 고정관념을 깬 업계 홍일점이다.
식당의 이미지는 음식맛에 더해 이를 만들고 서빙해주는 직원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다보니 스시히로바에 들렸던 고객들의 뇌리엔 “그녀의 스시는 예뻤다”란 이미지가 남는다.
처음으로 여성 스시맨을 접한 고객들은 당연히 “여자도 스시맨 하네?”라며 전근대적(?)으로 반응하다가도, 깔끔한 솜씨에 더해 친근한 미소까지 갖춘 정씨 앞에서 식사를 한 고객들은 ‘여성 스시맨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식당을 기억한다.
사실 정씨는 한국의 광고회사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이자 광고기획자였다. 미국행을 결심한 후 우연히 요리학교에 다니며 일식을 배웠고, 행운도 따라 미국에 새로 문을 여는 한국 브랜드 일식당의 요리사로 변신했다.
물론 “여자들은 손이 따뜻해서 스시맨이 안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과 싸워야 하는 것은 정씨의 몫. 그녀의 보스인 양경렬 헤드 셰프는 “한국에서는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이 인기를 모으면서 여성 스시맨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여성의 경우 섬세한 손놀림과 뛰어난 감각 등 장점이 적잖다”고 정씨를 칭찬했다.
정씨는 여성의 섬세함이란 장점 이전에 여성들이 쉽게 버티지 못하는 일식 업계에서 이미 적응을 끝내고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장시간 서있고, 손님들을 대면해야 하는 환경에서 얼마 못버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씨는 “손님들과 대화를 통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어 좋다”면서 “감정 표현이 풍부한 고객들이 칭찬해줄때는 더 힘이 난다”고 말했다.
여성 스시맨으로 알려지면서 ‘좋은 사람’ 소개시켜주겠다는 고객부터, 은근슬쩍 스카웃 제의까지 희소한 여성 스시맨으로서 인기도 얻고 있다.
사실 정씨는 한국의 광고회사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이자 광고기획자(AE)였다. 미국행을 결심한 후 우연히 요리학교에 다니며 일식을 배웠고, 행운도 따라 미국에 새로 문을 여는 한국 브랜드 일식당의 요리사로 취직하게 됐다.
디자인을 전공한 여성으로서의 눈썰미와 섬세함을 먹는맛 만큼이나 보는맛도 중요한 일식에 접목시켰고, 사람사이의 관계를 맺는데 익숙한 성격이 일에 반영되면서 성공적으로 광고기획자에서 스시맨으로 변신하게 됐다.
정씨는 “광고도 레이아웃을 잡고 그에 맞춰 이미지를 통일시키는 과정이 중요한데 일식 요리도 레이아웃을 잡고 조화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한국에서 돌아오라는 제의도 있었지만, 지금은 스시맨으로서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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