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게 피살된 어머니-아들의 보복살인-모든 게 누나의 계획과 조종?
93년 앤드류·캐서린 서씨 남매사건, 다큐멘터리 ‘서씨네 집’으로 제작중
‘착한 아이’였던 19세의 앤드류 서군이 누나의 보이프렌드를 총으로 쏘아죽인 1993년의 살인사건은 한인이민사회 뿐 아니라 미 주류사회 미디어에도 연일 대서특필될 만큼 충격적이었다. 14년이 지난 요즘 이 사건은 젊은 한인 영화감독 아이리스 심씨에 의해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고 있다. ‘서씨네 집’(The House of Suh)이란 타이틀의 다큐멘터리는 “유·무죄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닙니다. 앤드류는 이미 유죄를 인정했으니까. 무엇이 이들을 여기까지 몰고 왔을까, 캐서린이 계획하고 앤드류가 실행한 이 살인 뒤에 쌓여온 여러 가지 원인을 파헤치고 싶었습니다”라고 25세의 여성 감독은 말한다.
카메라가 무릎에 어린 아들을 앉힌 한복 차림 남성의 사진을 클로즈업을 하면서 젊은 남자의 음성이 들린다 : “난 아들노릇을 언제나 기쁘게 생각했지요. 늘 가족과 함께 지내며 가족을 위해 살았습니다”
이어서 흑백 가족사진이 비춰지며 심각한 표정의 갈래 머리 여자아이가 클로즈업된다. “그러나 캐서린은 달랐습니다. 10대에 미국에 온 누나는 반항했어요. 누나는 ‘올 아메리칸 걸’이 되기를 원했고 아버지는 그걸 못마땅해 하셨지요”
이런 장면들을 담으며 다큐멘터리는 한인 이민가정의 문화적 세대적 불화를 파헤쳐 들어간다. 어떻게 보면 이민가정 일상의 단면일 수도 있는 흔한 갈등이 ‘서씨네 집’에선 살인과 음모와 배신이 뒤얽힌 비극으로 발전한 것이다.
지난 2년간 일리노이주 출신의 아이리스 심은 이 다큐멘터리 제작에 몰두해왔다.
캐서린과 앤드류 서 남매가 캐서린의 보이프렌드 로버트 오두베인을 음모살해한 것은 1993년이었다. 수사당국에 의하면 캐서린은 당시 19세였던 동생에게 87년 자신들의 어머니를 살해한 사람이 보험금을 노렸던 오두베인이며 ‘아들인 네가 어머니의 복수를 해야한다’고 부추겼다. 세탁소를 하던 어머니가 업소에서 37차례나 칼로 난자당한 채 끔찍하게 살해당했으나 범인은 체포되지 않았었다. 경찰은 캐서린을 의심했으나 그녀에겐 오두베인이 제시한 명백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어머니의 생명보험을 타낸 캐서린은 그후 오두베인과 나이트클럽을 사들여 호사스럽게 살았다.
다큐멘터리의 포커스는 착한 아들이었던 앤드류다. 하이스쿨 학생회장을 역임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캐서린과 오두베인이 함께 살던 집 차고에서 잠복해 있다가 오두베인의 머리에 두발의 총격을 가했을 때 앤드류는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 칼리지의 풀스칼라십을 받는 장학생이었다.
현재 33세인 앤드류는 80년형을 받아 일리노이주 폰티액 교도소에 수감 중이며 캐서린은 가석방없는 종신형을 살고있다. 앤드류는 2035년엔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다.
<80년형을 받고 복역중인 앤드류 서씨>
1995년 판결을 받은 후 앤드류는 5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편지를 써서 한인교회와 언론사에 보냈다. 한인청소년들에게 자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알려주고 싶어서다. 아이리스는 그 편지를 받은 시카고 한 교회의 청년회장이었다. 편지에 감동받은 교회친구들과 함께 앤드류에게 답장을 보냈고 2001년 처음 면회를 가 만난 후부터 두사람은 곧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공부를 시작한 아이리스에게 어느날 앤드류가 물었다. 나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만한 사람이 있을까. 내가 하겠다고 아이리스가 자원했다.
사건 당시 오두베인의 생명보험금 25만달러를 타내기위해 살인을 음모한 것으로 알려진 캐서린을 미국 미디어들은 ‘블랙 위도우’라고 불렀다. 동생과 함께 재판을 받게된 캐서린은 법정출두일 이틀 전에 혼자 도주, 수배명단에 오른 몇 달만에 하와이에서 체포되었다. 호놀룰루에서 서핑을 하는 새 보이프렌드와 지내고 있었다. 이 케이스는 1년후 ‘뼛속까지 악한’이라는 제목의 TV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는 이민가정의 자녀로서 겪어야 하는 갈등에 대해 너무나 다른 두 남매의 반응을 관찰하고 있다. ‘미국아이’기 되고싶었던 캐서린은 사사건건 반항하며 특히 엄격했던 아버지와 부딪쳤다. 얻어맞은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피살당하기 2년전 암으로 사망했다.
11세 때 울면서 아버지의 임종을 지켰던 온순한 아들은 ‘엄마를 부탁한다’던 아버지의 유언을 잊지못했다. ‘엄마를 위해서 꼭 해야한다’는 누나의 살인 독촉을 못 뿌리친 큰 이유가 거기 있었다. 또 엄마가 살아있을 땐 말썽꾼인 누나를 미워하기도 했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후부터는 그 누나가 13세 소년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이기도 했다.
처음 아이리스는 영화대본으로 쓰려고 했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갈수록 ‘서씨네 집’은 사실 그 자체가 픽션보다 더 믿기힘든 스토리였다. 아쉬운 것은 캐서린 자신의 목소리다. 몇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응답이 없다. 교도소에선 2001년이후 단 한명의 면회자도 없다고 전한다. ‘냉혹한 킬러’로만 채색되어 있는 캐서린에게도 ‘한 인간’의 단면을 내보일 기회를 주고 싶다고 아이리스는 말한다. 이제 제작은 중반을 좀 넘어섰으니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한인감독 아이리스 심씨>
생후3개월에 부모와 함께 이민 온 아이리스 심(사진)씨는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LA로 날아와 영화강의를 들으며 몇편의 필름 제작에서 보조 스탭으로 일했다.
그가 제작과 감독을 맡은 다큐멘터리 ‘서씨네 집’은 공동제작자 제리 김과 편집자 조셉 리등 무급으로 참여하는 5명의 동료들과 만들고 있다. 최대의 지원군은 어머니. 장비와 기타 제작비를 보조해주고 있다.
현재까지 1만3,000달러의 비용을 투입해 14회의 인터뷰를 넣었는데 앞으로 적어도 10회의 인터뷰는 더해야 한다.
<코리앰 -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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