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사회 무사석방 기도, 해외선교 반성 목소리도
지난 7월 미주 한인사회에 평소 잘 접하지 못하던 기사가 날아들었다. 탈레반 무장단체들이 한인 23명을 납치한 채 ‘아프가니스탄 주둔 한국군을 7월21일 정오까지 철수하지 않으면 이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한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한국은 물론 미주 한인사회는 충격과 경악 속에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급히 빠져들었다.
피랍자들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샘물교회 신도들. 배형규 목사와 20-30대 신도들로 구성된 현지 봉사팀이었다. 납치된 날짜는 19일. 23일 귀국 예정이었으니 겨우 나흘을 남겨두고 봉변을 당한 셈이다.
한국 외교부는 현지 동포들의 신속한 귀국을 유도하면서 무장단체와 접촉을 시도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보였고 미국 등 국제사회도 피랍자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면서 주의 깊게 사태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때부터 우려해왔던 일들이 벌어지면서 형국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달았다. 인솔자였던 배형규 목사가 피살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탈레반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나머지 인질들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길이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워싱턴 한인사회의 분노가 치솟았고 한국교계에 대한 비난도 빗발쳤다. ‘해외 봉사 선교활동을 자제하고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와중에 탈레반이 그달 31일 또 한 명의 인질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자 한인사회는 “어떤 극단의 조치라도 강구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한국 정부의 외교력을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각 종교계에서는 기도회, 금식성회, 법회 등을 열며 그들의 무사 석방을 간절히 기도하는 모임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워싱턴 한인 교계는 각 교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연쇄적으로 금식기도 모임을 열기도 했다.
워싱턴한인연합회와 교회협은 공동으로 백악관 앞에서 미국과 아프카니스탄 정부가 인질 석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는 범동포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2명의 여성이 석방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한국 정부와 탈레반 간에 치열한 협상이 전개되고 있었다.
참으로 길고 지루해 보였던 물밑 교섭 끝에 마침내 모든 인질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8월30일. 그 때까지 남아있던 7명이 마지막으로 석방됐다. ‘피말리는 40일‘이었다.
한인이라면 누구나 몸살을 앓았을 인질 사태를 겪으면서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이러저러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우선 화살은 ‘실적주의’ ‘계획성 없고 공격적인 선교’ 등 교회의 무분별한 선교 정책에 돌아갔다. 한국은 더 이상 테러와의 전쟁을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질 사태는 2명의 고귀한 인명이 희생당하고 온 국민이 가슴 졸이는 가운데 ‘한국은 더 이상 동 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아님을 전혀 뜻밖의 방법으로 보여준 뼈아픈 사건이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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