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륭(1961~) ‘꽃의 재발견’ 전문
새봄, 누군가 또 이사를 간다
재개발지구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야 코딱지 후비며 고층아파트로 우뚝 서겠지만
개발될 수 없는 가난을 짊어진 양지전파상 金만복씨도 떠나고
흠흠 낡은 가죽소파 하나 버려져 있다
좀더 평수 넓은 집을 궁리하던 궁둥이들이 깨진 화분처럼 올려져 있다
자본주의경제의 작은 밑거름도 될 수 없는 똥 덩어리들
꽃을 먹여 살리는 건 밥이 아니라 똥이어서
공중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로 머리띠 동여매고 뭉개진 발자국들이
궁둥이 두들겨 꽃을 뱉어낸 거지
언제부터일까 버리는 것보다 버림받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
푹신푹신했던 소파가죽 찢어발기고
툭, 튀어나온 스프링
누군가 버림받은 곳에서만
꽃은 핀다
개발될 수 없는 전파상 주인은 가난을 떠메고 갔다. 버려진 가죽소파엔 욕심 많던 주인의 궁둥이 대신 깨진 화분들이 앉아 있다. 한때는 가죽소파의 주인이었던, 그들의 욕심을 채워준 것은 결국 작은 똥들의 힘이다. 꽃을 먹여 살리는 것은 밥이 아니라 똥! 대도시 구석구석 아파트 꽃이 화려하다면, 서러운 똥들의 힘으로 피어난 줄만 알면 된다.
한혜영 <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