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첫 방미가 19일 마무리됐다. 15일 뉴욕을 거쳐 16일부터 3박4일간 워싱턴에 체류한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등 굵직한 일정 외에도 동포들과도 만났다.
이 대통령과 동포들과의 만남은 새 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의 윤곽과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됐다. 그러나 뉴욕과 워싱턴에서의 동포 리셉션은 먹을 것 없이 화기애애한 잔치였다.
이 대통령은 격려사나 질의응답을 통해 이중국적과 참정권, 재외동포청, 2세들의 한국 진출문제를 끄집어냈다.
하지만 원론적인 답변 아니면 사안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해외동포들을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비하하는 국내 발언에 실망했던 동포들에 선물 보따리는 아예 준비조차 되지 않았다.
그는 뉴욕에서 “이중국적과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은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 정체성이 다른 국민이 있는 등 단순한 문제는 아니지만 선진사회에 걸맞게 신중하고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중국적과 참정권을 패키지로 묶은 이 발언은 이 대통령이 참정권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외국민 참정권은 이미 행정부의 손을 떠난 사안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올 연말까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는 절차만 남았다. 그럼에도 “신중하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발언은 이 사안에 대한 무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중국적 허용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언급도 실망스럽다. 관련 국가와의 문제를 고려해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원칙은 옳으나 이 또한 역대 정부가 밝혀온 입장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것이다.
재외동포청 신설 문제에 대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조직을 줄여나가는 마당에 신설보다는 재외동포재단 효율화 방안을 꺼냈다. 동포청 신설에 대한 동포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데다 그 효율성에 대한 진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인식은 올바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미에서 이 대통령이 끄집어낸 동포사회의 현안은 이중국적, 참정권, 동포청 문제로 정리된다. 하지만 이는 ‘동포 정치권’ 인사들의 현안이거나 너무나 한국적 시각이다. 동포들이 원하는 ‘실용적’ 관심사와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생업에 열중하는 대다수의 동포들에 물으면 “참정권이 우리에게 왜 필요하냐?”고 반문한다. “동포청이 뭐냐?”고 되묻는다.
지금 재미동포들은 ‘보다나은 삶과 자녀교육’이란 아메리칸 드림의 두 지향점을 향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이들에게 미국에 살면서 가장 큰 아쉬움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자녀들에 한글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점을 꼽는다. 2세들이 한글을 못하니 부모와 대화가 끊기고 모국은 저만치 멀어져갔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 한글교육은 부모들의 과제로 돌렸다. 그리고 2세들의 한국 진출지원 등에 대해서 언급했다. 한글을 모르는 2세들의 한국 진출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진 이야기인가를 모르는 것 같다.
세계의 수도라는 워싱턴에 민족교육의 전당 하나 없는 현실에서 한글 및 정체성 교육지원에 대한 이 대통령의 무관심은 아쉽기만 하다. 자칫 새 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이 ‘실용’에 밀리고 ‘무관심’에 뒷걸음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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