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민(1961~) ‘해’ 전문
깊은 바다 어딘가에
해를 만드는 대장간이 있다
울렁이는 파도거죽 들추면
쇳덩이 두들기는 메질소리
불이 괄하게 핀 화덕 속에서
방금 꺼낸 시뻘건 쇳덩이 모루에 놓고
어둠 두들기는 소리 들린다
쩍쩍 금이 가려는 해
풋울음 멈추고 제 울음 찾아 울 때까지
둥근 가장자리 반반해지도록 담금질한다
맞을만큼 맞아야 빛나는 해
곰망치로 햇살을 편다
단쇠 냄새 뒤엉킨 풀무소리 그치면
나이테를 새긴 방짜해가
수평선 위로 쑤욱 떠오른다
감은 눈에도 새벽은 그렇게 온다
밤새 두들겨서 내어놓는 것이 방짜해라면 나는 참으로 운이 좋다. 손만 뻗히면 방짜해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니. 방금 내어놓은 방짜해에다 맑은 물을 가득하게 부어 세수를 해도 좋겠고, 해변에 나가 쟁쟁 징을 올려도 좋겠다는 상상을 하다가, 불현듯 깊은 바다 속 대장장이가 궁금해진다. 밤마다 방짜를 두들겨대는, 그 힘 좋은 사내는 과연 누굴까? 붉은 얼굴을 가진 사내가 필시 분명할……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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