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사랑의 자세’ 전문
허공 가득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려
온 팔을 치켜든 나무들과
땅바닥에 떨어진 볕을 한 낟이라도 더 받으려
푸른 거미줄 펼친 냉이싹을 보면
활짝 팔 벌리는 일이
사랑을 받아들이는 자세임을 압니다.
두 팔을 벌리고 달려드는 아이에게
잠겼던 품 안이 절로 벌어지는 것은
그것이 사랑의 자세인 까닭입니다.
이를 안 선지자들은 높은 산에 올라
두 팔을 깔때기처럼 벌렸습니다.
덕분에 팔을 내려도 양쪽 입 꼬리는 들려
은총과 축복이 마음 가득 고입니다.
사랑을 받는다는 것,
한없이 쏟아지는 햇살 같은 당신을 향해
손을 번쩍 드는 일입니다.
녹슨 품을 활짝 여는 일입니다.
양팔 활짝 펼치고 달려가 사랑하는 대상을 끌어안을 수 있는 동물이 인간 말고 또 있을까? 인간의 직립은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 틀림없다고 유쾌하게 결론을 낸다. 졌다고, 항복이라고, 두 손 번쩍 치켜들고도 행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사람들. 바다를 보자마자 두 팔 활짝 펼쳐들고 뛰어드는 사람들의 행동도 뜻밖에 이해한다. 胎兒 때 우리를 따스하게 품어줬던, 최초의 사랑이었던 바다 앞에서 양팔 자동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거라고.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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