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1958~) ‘내 몸 속에는’ 전문
두 마리 서로 다른
짐승과 동물이 산다
그러나 이들이 사이좋게
이웃하며 산 적은 없다
순종이 안에서 한가롭게 어슬렁대면
야만은 밖에서 갈 데 없이 배회를 하고
광기가 저 홀로 미쳐 날뛰면
복종은 천애 고아가 되어 눈치만 본다
개와 늑대
이 오랜 유전의 숙명을 어쩔 수 없다
사랑의 손길에 길들여진
순한 귀와 탐스런 꼬리
분노의 발길질에도 순응을 모르는
성난 이빨과 이글거리는 눈
내 낡은 집 속에는
도무지 양보를 모른 채 으르렁대는
두 마리 서로 다른
인내와 충동이 산다
내 속엔 무엇이 살고 있나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개와 늑대가 동거하는 집 외에도 여우와 곰이 동거하는 경우도 있고, 능구렁이와 두꺼비가 동거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여기서 가장 위험한 것은 물론 맨 나중의 경우다. 어떠한 견제와 타협도 없이 꿀꺼덕! 독 오른 두꺼비를 집어삼키는 경우. 이처럼 미련한 능구렁이를 기르는 자 있다면 그대는 언제든 망할 각오를 해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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